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사업 가속화를 위해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선다. 지난해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발표한 'AI 인프라 슈퍼 고속도로(AI Infra Super Highway)'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자금 확충을 위해서다. 통신업계 안팎에선 "달리는 말의 수장을 바꿀 순 없다"면서 외부 투자 유치에 들어간 SK텔레콤이 유 사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 AI 사업 재원 마련 위한 외부 투자 유치
24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SK텔레콤이 AI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SK텔레콤에 정통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외부 투자 유치를 위해 투자 제안요청서(RFP) 발송을 준비 중"이라며 "투자 유치 규모와 RFP 발송 대상은 내부적으로도 기밀에 부친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AI 프로젝트를 위해 외부 투자 유치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SK텔레콤이 외부 투자에 나선 배경으로는 AI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실탄 마련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 2분기 SK텔레콤의 현금성 자산(단기 금융상품 포함·별도기준)은 8754억원으로, 올 1분기(1조4185억원) 대비 38.2% 감소했다. 지난 4월 불거진 해킹 사고 여파로 인한 감소였다. SK텔레콤이 자회사까지 모두 동원할 경우 당장 마련 가능한 현금은 2조5265억원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울산에 건립 예정인 AI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으로만 3조4000억원이 필요해 비용 충당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하지만 SK텔레콤 측은 "울산에 AWS와 함께 짓는 AI 데이터센터 건 때문에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선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 SK하이닉스 인수 주역 '유영상 사장' 역할론 대두
업계에선 SK텔레콤이 외부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해 AI 기업의 전략적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SK텔레콤은 2020년 티브로드 인수 당시 미래에셋대우 등에서 약 4000억원을 조달한 전례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기업 인수나 전략적 지분 투자를 염두에 두고 외부 투자자와의 옵션을 넓힐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SK텔레콤이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 AI 기업 인수를 추진하려면 유영상 사장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SK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유 사장은 2011년 SK하이닉스 인수 프로젝트의 실무를 총괄한 주역이다. 2000년 SK텔레콤에 입사한 이후 SK C&C(현 SK AX) 등에서 신사업과 인수합병을 주도하며 대형 외부 자금을 유치한 경험이 많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AI 기업 인수와 대형 외부 자금 유치 국면에서 유 사장의 '트랙 레코드(과거 실적·성과 기록)'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SK그룹 내부에 확산 중"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기류는 다음 달 3일 열리는 'SK AI 서밋'에서도 감지된다. 유 사장은 'AI 인프라 전략의 Next: AI Infra Super Highway 2.0'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선언한 'AI 인프라 슈퍼 고속도로 1.0'의 후속 로드맵으로, SK그룹 차원의 AI 인프라 드라이브를 예고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같은 날 미래 AI 인프라를 주제로 발표한다. 업계에선 "최 회장과 유 사장의 발표 축이 'AI 인프라'로 겹친 것은 일종의 시그널"이라며 "외부 투자 유치의 성패가 유임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외부 자금 유치의 구체안이 공개되는 시점과 SK AI 서밋에서의 메시지가 향후 AI 사업·거버넌스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라고 했다.
한편, 유 사장은 이달 1일 한국을 방문한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과 만나 양사간 AI 사업 협력 등을 논의했다. 이달 말에는 사내 AI 조직을 AI 사내회사(CIC) 체제로 통합시키는 조직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월간 활성이용자수(MAU) 1000만명을 돌파한 SK텔레콤 AI 서비스 '에이닷' 프로젝트를 추진한 주역도 유 사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