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탄 인텔 CEO가 지난 5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익 개선을 이끌었다. 다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텔은 23일(현지시각) 3분기 매출 136억5000만달러(약 19조6000억원), 조정 주당순이익(EPS) 0.23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LSEG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매출 131억4000만달러, EPS 0.01달러)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1년 전 160억달러(약 23조원)가 넘는 순손실을 딛고 순이익 약 41억달러(약 6조원)로 흑자 전환했다. 조정 총이익률(40.0%)과 영업이익률(11.2%) 모두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다.

이번 흑자 전환에는 미 정부의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텔은 3분기 실적에 정부 지원금 57억달러(약 8조원)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 8월 89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해 인텔 지분 약 10%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가 됐다. 인텔은 이 외에도 엔비디아(50억달러·약 7조원), 소프트뱅크(20억달러·약 3조원) 등으로부터 총 150억달러(약 22조원)의 신규 자금을 수혈하며 재무 건전성을 높였다.

립 부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이러한 자금 확보를 언급하며 "전략을 자신 있게 실행할 재무적 유연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부흥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비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핵심 시장 성장과 함께 회사를 재건하려는 노력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 CEO가 지난 3월 구원투수로 취임한 뒤 진행한 강도 높은 비용 절감도 이익 개선에 일조했다. 인텔의 전체 직원 수는 현재 8만8400명으로, 1년 전보다 20% 이상 줄어들었다. 탄 CEO는 전임 팻 겔싱어 CEO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알테라 사업부를 분사하는 등 공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부문별로 보면, PC·노트북용 CPU를 포함한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매출은 85억달러(약 12조원)로 시장 예상치(81억5000만달러)를 넘겼다. 데이브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AI(DCAI) 부문 매출은 41억달러(약 6조원)로 전년 대비 1% 감소했지만, 시장 예상치(39억7000만달러)는 상회했다. 탄 CEO는 "AI가 x86 기반 전통 컴퓨팅 수요도 되살리고 있다"며 "엔비디아와 협력해 인텔 CPU와 엔비디아 AI 가속기를 결합한 신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부문은 부진을 이어갔다. 3분기 인텔 파운드리 매출은 42억달러(약 6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 줄었으며, 월가 예상치(45억1000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전히 외부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해 매출 전량은 인텔 자체 칩 생산에서 발생했다. 차세대 18A 공정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진스너 CFO는 "18A 공정 수율이 적정 마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업계에서 용인되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2027년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3.36% 상승 마감한 인텔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6% 넘게 급등했다. 2024년 기록적인 손실로 주가가 60% 가까이 폭락했던 인텔은 올해 정부와 엔비디아 등의 투자에 힘입어 90% 가까이 반등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