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LoL)' e스포츠의 최고 무대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한국이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LCK(한국리그) 대표팀 4팀 중 젠지, 한화생명e스포츠, KT 롤스터가 8강행을 확정했으며 T1만이 남은 예선 일정을 소화 중이다. 올해는 국제대회 3관왕을 노리는 젠지의 독주 체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라이엇게임즈는 흥행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역 쏠림 현상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24일 해외 베팅업계에 따르면, 2025 월드 챔피언십에서 LCK의 우승을 유력하게 보는 분위기다. 이날 기준 LCK의 우승 배당률은 1.333으로, 이는 75% 이상 우승 확률로 해석된다. 지역별로는 중국(LPL)이 3.750으로 2순위, 유럽(LEC)이 19.000, 북미(LTA)는 41.210으로 평가됐다. 팀 단위 예측에서는 젠지가 2.030으로 전체 참가팀 중 가장 낮은 배당률을 기록했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5.300으로 2위, T1은 6.860으로 4위에 올랐다.
젠지는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스위스 스테이지 4라운드에서 LPL 강호 TOP e스포츠(TES)를 2대0으로 완파하며 3승 1패로 8강 진출을 확정했다. 앞선 경기에서 AL에 역전패를 당했지만 T1, TES를 연이어 꺾으며 전력을 입증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기인' 김기인의 렉사이와 '쵸비' 정지훈의 탈리야, 요네 등이 완벽한 호흡을 보이며 상대를 압도했다. 젠지는 올해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e스포츠 월드컵(EWC), LCK 결승을 모두 제패한 상태로, 이번 롤드컵까지 우승하면 전무후무한 '4관왕'을 달성하게 된다.
한화생명e스포츠도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 우승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비리비리게이밍에 패해 8강 탈락했던 이 팀은 "중국의 강호를 상대로 복수전을 치르겠다"는 각오로 대회에 임하고 있다. LCK 3번 시드 KT 롤스터 역시 3승 0패로 스위스를 통과하며 예상을 뒤엎는 저력을 보여줬다. T1까지 8강에 오를 경우 한국팀은 4팀 전원이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하게 된다.
이번 대회는 상금 규모에서도 역대급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총상금을 500만달러로 확정해 지난해(222만5000달러) 대비 2배 이상 늘렸다. 크리스 그릴리 라이엇 LoL e스포츠 글로벌 총괄은 "프로뿐 아니라 아마추어 조직 모두가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하겠다"며 "이번 대회는 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팀별 굿즈 판매 수익도 별도로 배분돼, 우승팀의 실제 수익은 상금의 2 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청자 지표 역시 상승세다. 지난해 T1과 비리비리게이밍이 맞붙은 결승전은 694만명(중국 제외)의 최고 동시 시청자를 기록하며 e스포츠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는 플레이-인 단계부터 기록이 갱신되고 있다. T1과 IG의 개막전은 250만명 이상이 시청했으며, 젠지의 3·4라운드 경기 역시 LCK 공식 채널 기준 동시 시청자 수가 180만명을 넘겼다. 2025년 대회도 역대 최고 흥행이 유력하다.
다만 라이엇게임즈는 'LCK 중심화'가 심화되는 현상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LCK와 LPL은 여전히 강세지만, 북미(LTA)·유럽(LEC) 리그 시청자 수는 각각 전년 대비 50%, 30%가량 감소했다. 리그 통합(북미–남미, 아시아권 일부)을 단행했음에도 국제 경쟁력은 개선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한국은 T1과 젠지를 중심으로 팬덤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어, 전체 시청률의 상당 부분을 LCK 경기가 차지하고 있다.
실제 LCK 2025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T1 대 젠지전이 200만명 이상의 동시 시청자를 기록하며 리그 역사상 최고 흥행을 달성했다. 시청률이 특정 리그에 집중되면서 글로벌 리그 간 격차가 커지고, 지역별 스폰서십 시장의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CK와 LPL만 사실상 '1군 리그'로 자리 잡으면서 나머지 지역의 생태계는 약화되고 있다"며 "라이엇 입장에서도 흥행과 균형 사이의 딜레마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연속 롤드컵 우승 기록을 세운 바 있다. 2022년 DRX, 2023·2024년 T1에 이어 올해 젠지까지 정상에 오를 경우, 8년 만에 5연속 재현의 서막을 여는 셈이다. 한 e스포츠 구단 관계자는 "젠지 뿐만 아니라 다른 LCK 팀들도 기타 리그와 비교하면 현존 최강 전력"이라며 "글로벌 격차가 벌어지는 만큼 대회 시드 배분이나 밴픽 포맷을 더 크게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