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 있는 YMTC 팹./YMTC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반도체 자립을 위한 실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2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잇달아 중국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각각 3차원(D) 낸드플래시와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과 경쟁 중이다. 최근 1년간 생산 능력을 2배 가까이 늘리며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고 있어, 기업공개(IPO)가 성사될 경우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 中 메모리 양대 축, 자본시장서 자금 조달 나선다

22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YMTC는 기업가치 400억달러(약 57조원) 이상을 목표로 중국 본토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YMTC가 2000억~3000억위안(약 40~6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CSC파이낸셜 등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상장은 이르면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YMTC는 중국 3D 낸드플래시를 이끄는 핵심 기업이다. 2022년 미국 상무부의 수출 통제 명단에 추가되면서 직격탄을 맞았으나,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기술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에 근접한 270단대 3D 낸드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량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집계에 따르면 YMTC 우한 2공장의 낸드 생산량은 웨이퍼 기준 올해 2분기 13만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장)보다 2배 이상 늘었으며, 전체 낸드 생산량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했다.

D램을 주력으로 하는 CXMT도 상하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CXMT는 이달 안에 IPO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CXMT는 이번 IPO를 통해 200억~400억위안(약 4조~8조원)을 조달할 계획이며, 기업가치는 2000억~3000억위안(약 40조~60조원)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CXMT의 투자설명서가 공개되고, 내년 1분기에 상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6년 중국 정부 지원으로 설립된 CXMT는 중국 D램 산업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6% 수준으로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선두 주자와의 격차가 크지만, 생산능력을 확충하며 추격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CXMT의 D램 생산량이 전년 대비 50% 가까이 늘고, 올 연말 점유율은 8%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단순 물량 확대를 넘어 고부가 제품 시장도 넘보고 있다. 상하이에 HBM(고대역폭메모리)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며, 내년 4세대 HBM(HBM3) 양산을 목표로 잡았다. 최신 세대 D램인 DDR5와 LPDDR5의 CXMT 점유율도 올 1분기 1% 미만에서 올 4분기 7~9%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망했다.

◇ 中 정부 드라이브에 증시도 달아올라

CXMT와 YMTC의 세부 IPO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상장이 진행되면 2022년 이후 중국 증시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어'가 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 벤치마크 지수가 3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하는 등 증시 분위기가 개선되면서, 주요 테크 기업들의 상장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앞서 중국 GPU(그래픽처리장치) 설계 스타트업 무어스레드 역시 지난달 상하이증권거래소 스타마켓 상장 심사를 통과해 조만간 약 150억위안(약 3조원)을 시장에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잇달아 증시 입성에 나서는 건 반도체 자립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토종 기술 육성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국가 자원을 총동원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국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심리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AI 칩을 설계하는 캠브리콘의 주가는 올해 들어 90% 이상 급등했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화훙반도체 역시 상하이 증시에서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