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에이전틱 AI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오픈AI 공동창업자 안드레이 카르파시가 인공지능(AI) 시장의 과열에 경고음을 냈다.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AI 혁명'을 외치며 인력 구조를 재편하는 가운데, 정작 기술 완성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르파시는 22일(현지시각) 팟캐스트 '드와르케시(Dwarkesh)'에서 "에이전트들은 인지적으로 결함이 많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앞으로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계가 너무 큰 도약을 시도하며 마치 대단한 진보가 있는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의 결과물은 'AI 슬롭(잡동사니)'이다"라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최근 빅테크들이 앞다퉈 '에이전틱 AI'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는 흐름과 대조적이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지시를 스스로 해석해 이메일 작성·코드 수정·자료 수집 등 복합 업무를 자동 수행하도록 설계된 차세대 생성형 AI를 뜻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는 2028년까지 기업들이 13억개의 AI 에이전트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고, 세일즈포스도 자사 CRM(고객관계관리) 플랫폼에 '에이전트포스'를 탑재하며 "모든 산업이 에이전트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에이전틱 AI 제품의 상당수가 기존 챗봇이나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툴을 새 포장으로 낸 수준"이라며 "이른바 '에이전트 워싱'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는 2027년까지 전체 에이전틱 AI 프로젝트의 40%가 취소될 것"이라며 "ROI(투자수익률)가 낮고 실제 현장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AI 투자 과열은 금융권과 경제 전반에도 위험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 산하 금융감독청(PRA)의 샘 우즈 부총재는 "금융권은 AI 버블 위험을 포함해 우려할 사안이 많다"며 "통제되지 않은 신기술이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AI 관련 인프라 투자가 최근 미국 GDP(국내총생산) 성장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제임스 에겔호프 BNP파리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붐이 식을 경우 소비 둔화와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빅테크 전반에서도 인력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소규모 팀 매니저의 35%를 줄였고,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AI 자동화 기술 도입을 계기로 영업·마케팅·물류 부문에서 수천명을 감원했다. 이 같은 흐름이 AI 핵심 조직으로까지 확산되면서, 기술 투자 경쟁의 중심에 있던 기업들마저 내부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메타는 AI 연구 핵심조직인 '슈퍼인텔리전스 랩스(Superintelligence Labs)'에서 약 6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메타의 AI 조직은 수천명 규모로, 정확한 인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회사는 "조직 비대화를 해소하기 위한 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AI 핵심 연구조직의 감축은 기술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AI 거품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있다. 스티븐 젠 유리존 SLJ자산운용 CEO는 2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기고에서 "AI 버블은 아직 '베이스캠프' 수준에 불과하다"며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기술주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이 276배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빅테크 기업들은 수익 기반이 탄탄하고 현금 흐름도 충분해 과거와 같은 급격한 붕괴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