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전 기업 밀레의 마르쿠스 밀레 공동 회장이 한국법인 설립 20주년을 맞아 7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1899년 설립된 밀레는 지난 1929년 유럽 최초의 전기 식기세척기를 내놓는 등 126년간 프리미엄 가전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온 기업이다.
22일 서울 강남구 밀레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밀레 회장은 "아시아는 밀레의 향후 성장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한국 소비자들은 품질과 디자인에 대한 안목이 높아 고객들의 피드백이 실제 제품 개발에 영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 식기세척기의 '아시안 바스켓'은 밥그릇, 국그릇처럼 오목한 식기를 더 깨끗하게 닦고 싶다는 한국 소비자들의 의견을 본사가 반영해 개발한 사례다.
식기세척기는 한국에서 가장 판매량이 높은 제품이기도 하다. 세탁기에 주로 적용되던 세제 자동 투입 기능을 업계 최초로 식기세척기에 도입해 인기를 끌었다. 밀레 전용 세제를 식기세척기에 장착하면 한달 치 세제를 쓸 때마다 알아서 투입한다. 이 밖에 밀레의 한국 시장 주력 제품으로는 인덕션, 진공청소기 등이 꼽힌다.
밀레 회장은 브랜드 차별점으로 '20년 내구성'을 강조했다. 그는 "가전 업계에서 유일하게 최대 20년 수명을 기준으로, 처음과 동일한 성능을 발휘하도록 제품을 테스트한다"고 말했다. 그가 긴 제품 수명을 자신하는 배경에는 독일 생산 원칙과 4대째 이어온 가족 경영 철학이 있다. 밀레는 전체 부품의 60% 이상을 독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단기 실적 압박에서 자유로운 가족 경영 체제를 4대째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창업 가문인 밀레와 진칸 가문의 후손 80명 이상이 공동 주주로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밀레의 글로벌 매출(작년 기준 약 7조4600억원)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 미만(약 550억원)이지만, 밀레 회장은 한국 시장의 질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투자를 늘려가겠다고 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볼 때, 한국 가전 시장 상황이 최상은 아니지만, 지난 20년간 한국 시장은 계속 성장해왔다"며 "이러한 장기적인 성장세를 보고 앞으로도 인력과 마케팅 등 다방면으로 한국 시장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밀레는 향후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신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밀레 회장은 "과열이나 넘침을 방지하는 지능형 조리 시스템, 베이킹·데우기·스팀 조리가 모두 가능한 모듈형 '스팀 드로워' 등 새로운 제품들을 한국 시장에 2~3년 내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LG전자가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 가전 브랜드 'SKS'를 리브랜딩하는 등 국내 고가 가전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는 데 대해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문섭 밀레코리아 사장은 "더 많은 브랜드가 진출하는 것은 위협인 동시에 전체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기회"라며 "밀레는 기존 고객이 다른 밀레 제품을 구매하는 재구매율이 타사 대비 월등히 높기 때문에 이런 충성 고객을 꾸준히 늘려나가는 게 밀레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밀레는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 서비스 강화에 나선다. 지난 8월부터 전문가가 방문해 제품 상태를 진단·관리해주는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고, 기본 2년의 무상 보증 기간을 비용 지불 시 최대 10년까지 늘릴 수 있는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오는 11월부터는 세탁기와 건조기에 한해, 배송일 기준 30일 이내에는 단순 변심으로도 환불을 보장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최 사장은 "국내에서도 밀레 식기세척기를 27년간 고장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제품 만족도가 높다"며 "평균 근속 12년 이상인 숙련된 기술자들이 제공하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국내 시장에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