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2023년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삼성전자 제공

삼성과 LG의 전자부품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한동안 부진했던 시장 수요 개선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에 따라 신사업이 수혜를 받기 시작하면서 기업 체질 개선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 LG이노텍은 오랜 기간 삼성전자, 애플 등 대형 고객사 주문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매출 구조 개선을 위해 AI 데이터센터 및 디바이스용 부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고 올 하반기부터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국내 주요 전자부품 계열사들의 3분기 실적 전망치가 일제히 상향 조정되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삼성전기, LG이노텍은 계절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매출 다변화와 AI 인프라 투자 광풍에 힘입어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삼성전기의 경우 매출의 중추를 담당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업이 AI 광풍에 힘입어 되살아났다. 계절적 영향을 크게 받는 기존 전자·IT 부문과 달리 AI 서버와 전장용 등 고부가가치 MLCC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AI 서버 칩인 GB200, GB300 등 다수의 보드와 복수의 전력 변환 계층으로 구성된 제품에 공급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아마존웹서비스(AWS), AMD 등 주요 AI 가속기 업체들 역시 비슷한 구조를 택하면서 삼성전기의 AI 데이터센터용 MLCC 공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AI 데이터의 경우 기존 인프라보다 많은 MLCC와 높은 질적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수익성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기의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인 차세대 반도체 기판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FC-BGA 주요 고객사는 내년부터 랙 스케일 출하를 본격화하며 자체 개발 중앙처리장치(CPU)를 적용할 계획"이라며 "현재는 AI 가속기용 제품 공급이 없지만, 내년부터는 랙 스케일 제품에 FC-BGA가 일부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생산지 최적화를 통한 생산 단가 최적화와 비용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베트남에 대한 꾸준한 투자도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2분기 베트남 법인의 FC-BGA 공장을 가동한 삼성전기는 현지에서 AI 반도체 기판을 생산 중이다. 베트남 공장에 FC-BGA 역량을 집중한 결과 현지 매출 기여도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 2022년 1조9751억원에서 2023년 2조1273억원, 지난해에는 2조7821억원으로 뛰었다.

LG이노텍은 주력 매출처인 카메라모듈에 이어 차세대 휴머노이드와 같은 피지컬 AI 분야에 탑재되는 차세대 제품 공급에 물꼬를 텄다. 앞서 LG이노텍은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가 개발한 피규어03에 탑재되는 카메라모듈을 독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틀라스 차세대 모델에 장착될 '비전 센싱 모듈'도 동시에 개발하고 있어 피지컬 AI 분야 공급량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 대한 카메라모듈 공급 입지는 아이폰17 시리즈 출시 이후 더 탄탄해지고 있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7 시리즈 출시 이후 시장 반응과 초기 수요 등 모든 시장 상황이 LG이노텍에 우호적"이라며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아이폰 에어의 경우 기존 플러스 제품군 수요를 대체하며 (공급 가격대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며 카메라 하드웨어 스펙도 업그레이드되면서 공급 단가가 상향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