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해킹 여파로 인공지능(AI) 사업 목표 매출을 절반 이상 줄인 SK텔레콤이 '자회사 매각'과 '조직 통합'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사내 AI 조직 통합을 통해 빠른 의사결정력과 실행력을 갖추고, 비주력 사업 자회사를 매각해 AI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서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자회사인 SK스토아의 양맹석 대표는 지난 15일 사내공지를 통해 "당사가 조만간 매각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SK스토아는 국내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1위 업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알짜배기 자회사 매각에 나선 배경으로는 해킹 사고 이후 달라진 경영 환경 탓에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총알 확보가 필요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했다. 지난 2분기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3383억원으로 전년 대비 37%나 감소해, 지난 4월 발생한 해킹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로 인해 SK텔레콤은 지난 9월 말 2030년 AI 사업 매출 목표액을 5조원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밝혔던 2030년 AI 사업 목표 매출액(10조5000억원) 대비 절반 이상 줄인 것이다. 해킹 사고에 발목이 잡혀 SK텔레콤이 AI 사업을 위한 각종 인프라 투자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이 AI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자회사 통매각이나 자산 처분에 나설 가능성도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관계사인 SK스퀘어 자회사 SK플래닛과 공동 소유한 판교 사옥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AI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에서 유선사업 부문과 AI 데이터센터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AI 데이터센터 사업 부문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가능성도 점쳐 지고 있다. 올 상반기 SK텔레콤은 태광그룹과 미래에셋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를 100% 자회사로 만드는 작업을 완료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향후 5년간 5조원을 AI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가운데 3조4000억원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울산에 건립 예정인 AI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으로 지출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 2분기 SK텔레콤의 현금성 자산(단기 금융상품 포함·별도기준)은 8754억원으로, 올 1분기(1조4185억원) 대비 38.2% 감소했다. 자회사 매각이나 자회사 IPO를 통한 재원 마련 필요성이 커졌다는 이야기가 최근 불거진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은 이달 말 AI 조직을 통합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할 예정이다. ▲에이닷(A.)서비스 ▲기업 대상 에이닷 비즈(A. Biz)서비스 ▲AIDC(데이터센터)사업 ▲글로벌 AI 제휴투자 등을 담당하는 회사 조직을 AI 사내회사(CIC) 체제로 출범시키기로 한 것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AI CIC 수장직을 겸하도록 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게끔 조직 통합을 서두른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AI 사업과 관련한 신속한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만들고 실행 속도를 높이는 것도 AI 투자 재원 마련 만큼이나 중요하다"며 "SK텔레콤이 해킹 위기를 극복하고 AI 전환에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전사적 노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속한 AI 사업 추진을 위해 유영상 사장의 유임 가능성마저 업계 안팎에서 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유 사장은 이달 1일 한국을 방문한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과 만나 양사간 AI 사업 협력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올해 1월 손자회사인 SK M&S 지분 70%를 585억원에 매각했다. 이어 2월에는 자회사인 F&U신용정보 지분 50%와 SK컴즈를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현재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피에스앤마케팅, SK스토아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