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신주 TSMC 팹./EPA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3분기(7~9월) 역대 가장 높은 실적을 냈다. TSMC는 내년 예상 매출 성장률과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상향 조정하며 AI 반도체 수요가 높게 이어질 것으로 봤다.

TSMC는 16일(현지시각)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9.1% 증가한 4523억대만달러(약 21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 최대 기록으로, 시장 전망(4177억대만달러)도 약 8% 웃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은 9899억대만달러(약 46조원)로, 전년 대비 30.3% 증가하며 역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5007억대만달러(약 23조원)로, 영업이익률은 50.6%를 기록했다.

이번 실적 호조는 AI 반도체 수요 급증 덕분이다. TSMC는 엔비디아·AMD·애플 등 글로벌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의 핵심 생산 파트너다. TSMC는 AI 학습과 추론용 고성능컴퓨팅(HPC) 칩 주문이 폭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엔비디아 첨단 GPU(그래픽처리장치) '블랙웰'을 비롯해 구글의 자체 AI 칩 TPU, 애플의 M시리즈 프로세서 등이 모두 TSMC의 첨단 공정에서 생산되고 있다.

3분기 TSMC의 7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 매출은 전체 매출의 74%를 차지했다. 응용처별로는 고성능컴퓨팅(HPC) 비중이 약 57%를 차지했고, 스마트폰 부문이 약 30%, 자동차·사물인터넷(IoT) 부문은 약 5%로 집계됐다.

TSMC는 내년 매출 증가율 전망을 기존 30%에서 35%로 높였다. AI 반도체 수요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성장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올해 설비 투자(CAPEX) 계획 역시 기존 380억달러에서 400억~420억달러(약 56조7000억~59조5000억원)로 상향했다. 첨단 공정 확대와 패키징 설비 증설, AI 반도체용 생산라인 구축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AI는 반도체 산업의 장기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며 "HPC와 AI 칩 수요가 메모리·모바일·자동차 시장 전반의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사들의 주문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어 생산능력 확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지정학적 변수는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대만산 제품에 대한 20% 관세 정책은 현재 반도체를 예외 품목으로 두고 있지만, 정책 기조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최근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장관이 "대만의 반도체 생산능력 절반을 미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TSMC를 향한 압박 수위가 높아진 상황이다.

TSMC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생산 거점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1650억달러(약 234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6곳, 패키징 시설 2곳, 연구센터 1곳을 짓는다. 일본 구마모토와 유럽 신규 팹 설립 계획도 동시에 추진 중이다. 다만 이날 웨이저자 CEO는 "TSMC는 고객사 요구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지만, 핵심 기술과 생산 경쟁력은 대만이 중심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