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가 최근 차세대 반도체 공정인 2나노 웨이퍼 생산 가격을 이전 세대보다 약 50% 높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대 고객사인 퀄컴, 미디어텍 등이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기존 최신 공정인 3나노 칩 위탁생산 비용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퀄컴의 경우 삼성전자로 위탁생산을 이원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설상가상으로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이 인력, 장비 최적화 등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대만 본토보다 높은 생산단가가 책정될 가능성이 높아 기존 고객사들과의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또한 3나노 공정 실패 이후 2나노로 재기를 노리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TSMC가 기존 최첨단 모바일 칩 반도체 공정인 3나노(N3P) 가격을 높이면서 퀄컴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가격이 16% 수준의 인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1위 모바일 칩 업체인 미디어텍 역시 3나노 비용 상승으로 인해 칩 판매 가격이 24% 수준의 상승을 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가격 인상이 두 기업의 수익성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는 TSMC의 이 같은 가격 인상 추이에 대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반도체 위탁생산과 관련해 "최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도 최근 18A 공정 양산에 성공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 인텔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는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중 3나노 이하 미세 공정 제조가 가능한 업체는 TSMC, 삼성전자, 인텔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퀄컴 CEO의 이 같은 발언은 삼성전자를 제2의 선택지로 둘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퀄컴의 차세대 스냅드래곤 모바일 AP 생산 수주를 위해 TSMC와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TSMC의 가격 인상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기조에 따라 미국 현지 생산 압박을 받고 있는 TSMC는 미 애리조나 공장 생산을 서두르고 있지만, 인력 부족을 비롯해 현지 생산 최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2나노 공정보다 두 세대 뒤처진 4나노 공정 생산 비용도 대만 본토와 비교하면 TSMC 미국 공장의 생산 비용이 최소 30%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고가 장비가 투입되고 생산 공정이 더 복잡한 2나노의 경우 50%의 차이가 날 가능성도 있다는 전언이다. 이는 TSMC의 주요 무기 중 하나였던 대만의 생산 단가 경쟁력이 희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텍사스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 중인 삼성전자 역시 화성, 평택보다 미국 생산 비용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TSMC에 비해 위험 요소가 적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TSMC와 달리 삼성은 20년 가까이 텍사스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해 왔고, 현지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와의 협업 체계 등 장비와 인력, 생산 최적화에 앞서있기 때문에 현지화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