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 진입을 확인한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실적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높은 수익성을 구가해온 SK하이닉스는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기존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증권업계는 SK하이닉스가 이달 말 발표하는 올 3분기 실적 전망치를 속속 상향 조정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우위를 앞세워 올해 내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체 중 가장 앞선 수익성을 구가해왔다. 경쟁사들이 줄줄이 어닝 쇼크를 기록한 지난 2분기에도 SK하이닉스는 9조원대 영업이익으로 실적 신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당초 증권가에서 추정해 왔던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11조원 수준이었다. 기존 컨센서스 역시 SK하이닉스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영업이익이다. 여기에 최근 범용 D램, 낸드플래시 시장이 호황인 것을 입증하는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이 발표되면서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하는 추세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범용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이 당초 예상보다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PC용 D램의 경우 낮아진 재고와 높아진 가격 프리미엄으로 시장 기대치를 크게 넘어서는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이 분석한 PC D램 가격 상승률은 전분기 대비 20~30%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올 3분기에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7%, 31.8%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가 분기 매출 8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영업이익의 경우 2022년 2분기(14조1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기존 시장 전망치를 2조원 가까이 웃돈 실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해 최근 다수의 증권사가 SK하이닉스 실적 전망치를 올려 잡고 있다. 키움증권은 기존 영업이익 전망치인 11조6000억원에서 12조3000억원으로 올려잡았고, 흥국증권도 10조9000억원에서 11조6000억원으로 예상치를 조정했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매출이 증가한 HBM 외에 예상보다 강한 가격 흐름을 반영한 D램과 낸드가 실적 서프라이즈를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3분기부터 SK하이닉스의 최대 수익원 중 하나인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4분기에는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탄탄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HBM3E 제품이 차세대인 HBM4(6세대 HBM)로 전환되면서 수익성 하락이 상쇄될 것"이라며 "범용 D램 가격 상승세 수혜까지 겹치며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우호적인 시장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약 60%에 달했다. AI 서버용 HBM 출하 증가세가 올 3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3분기 계획을 초과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