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전자부품 계열사 LG이노텍이 주력 매출처인 카메라모듈 사업의 외연 확장에 고삐를 죄고 있다. LG이노텍은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나믹스와 카메라모듈 등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피규어AI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에 카메라모듈을 독점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체 매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애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피지컬 인공지능(AI) 시장 등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가 개발한 피규어03에 탑재되는 카메라모듈을 독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틀라스 차세대 모델에 장착될 '비전 센싱 모듈'도 동시에 개발하고 있어 피지컬 AI 분야 공급량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전 센싱 모듈은 카메라와 3차원(D) 센서, AI 알고리즘 등을 결합해 시각 정보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의미한다.
카메라모듈은 렌즈를 통해 들어온 이미지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주는 부품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외부 환경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AI 알고리즘이 상황을 판단해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눈'과 같은 역할을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포함한 피지컬 AI 시장이 성장하면서 카메라모듈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LG이노텍에서 카메라모듈 사업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사업부의 올 상반기 매출 비중은 80.6%(7조1910억원)에 달했다.
피규어AI는 지금까지 1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기업 가치는 약 395억달러(54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피규어03은 실험용 로봇을 넘어 가정 및 산업 현장에서 상용화 가능한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피규어AI는 전용 제조 시설을 구축해 4년 내 1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으로 경쟁사였던 중국 카메라모듈 기업의 점유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내년부터 LG이노텍의 공급량이 크게 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과 보안 이슈로 카메라모듈 시장의 공급망 재편이 예상되는 가운데 LG이노텍 카메라모듈 사업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했다.
LG이노텍의 피지컬 AI 분야 카메라모듈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내년 주력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 라인업이 다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은 아이폰 프로와 프로맥스 라인업 등 프리미엄 제품에 고부가 카메라모듈인 폴디드줌을 공급하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애플 아이폰의 연간 출시 모델이 지난해 4개에서 올해 5개, 2027년 6개로 예상된다"며 "평균판매가격(ASP) 상승 영향으로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와 비교해 14%가량 증가한 7794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