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 문을 연 LG전자의 초(超)프리미엄 빌트인(붙박이) 가전 전시관 'SKS 서울'. 1918㎡(약 580평) 규모의 전시장에 들어서자 2000만원이 넘는 냉장고 세트부터 1500만원에 달하는 와인셀러 등 초고가 주방 가전이 벽과 하나가 된 듯 늘어서 있었다.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심플한 디자인으로, 최근 가전업계 유행인 대형 LCD 화면이나 인공지능(AI) 기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익숙한 LG전자 로고도 보이지 않았다.
◇ '프리미엄 방어막' 구축… 단기 이익보다 브랜드 가치 강조
LG전자 딱지를 뗀 SKS는 LG전자가 2016년 선보인 빌트인 주방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의 새 이름이다. 주방 가전은 여러 제품이 세트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생활가전보다 단가가 높은 데다, 전 세계적으로 빌트인 가전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글로벌 가전업체들은 초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를 따로 두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도 2016년 미국 고급 빌트인 브랜드 '데이코'를 인수했고, 미국 월풀과 GE는 각각 '젠에어'와 '모노그램'을 앞세워 경쟁 중이다. LG전자는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초 SKS 브랜드를 새롭게 정비했다.
LG전자가 강남 한복판에 국내 유일의 SKS 전시관을 내세우며 힘을 싣는 건 최상위 브랜드를 통해 LG 가전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중저가 가전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추격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최상위 브랜드가 방어망 역할을 해야 전체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키고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제네시스', 도요타의 '렉서스'처럼 모기업 이름을 떼고 독립 브랜드로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는 전략과 비슷한 맥락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강화가 수익성만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은 매 분기 1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SKS 사업을 확대하면 수익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LG전자 측은 "초고가 브랜드는 'V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설계, 시공 지원과 각종 마케팅 등 투자 비용이 막대해 단기적인 이익을 보고 운영하는 사업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 유럽·남미로 확장… 초프리미엄 전략 가속
주방 전체를 SKS 가전으로 구성하면 50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국내에 출시된 SKS 제품은 냉장·냉동고, 와인셀러, 오븐,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 6종으로, 크기를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다. 대표 제품인 컬럼 냉장고 기본 세트는 2500만원대로, LG전자의 고급 라인업인 '디오스 오브제' 빌트인 냉장고보다 5배 이상 비싸다. 1490만원짜리 와인셀러는 내부를 세 구역으로 나눠 각각 다른 온도로 설정할 수 있다.
SKS의 주요 고객은 40~50대 고소득층이다. 인테리어 설계·시공업체 또한 LG전자가 공을 들이는 핵심 고객이다. 조창현 LG전자 빌트인쇼룸운영팀 팀장은 "인테리어 회사가 고객에게 SKS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중요한 '키맨' 역할을 한다"며 "건설사 특판팀 등을 통해 설계 단계부터 SKS 제품을 염두에 둔 고급 빌라·아파트 시공사 등 B2B 고객들의 방문도 늘고있다"고 말했다.
현재 SKS 매출 대부분은 한국과 북미에서 나온다. LG전자는 유럽과 남미 등으로 사업을 넓혀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은 독일의 밀레, 가게나우 등 초고가 가전 브랜드의 입지가 탄탄해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이에 LG전자는 서울을 비롯해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등 주요 거점에 SKS 전시관을 운영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