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오픈AI에 이어 오라클과 차세대 초대형 인공지능(AI) 반도체 계약을 발표한 가운데, 이번 계약을 계기로 AMD의 시장 점유율이 늘면서 AMD에 공급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MD의 차세대 AI 반도체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6세대 HBM(HBM4)에 대한 수요가 이전 세대 HBM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HBM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힌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의 HBM 공급량도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14일(현지시각) 오라클은 AMD와의 협력을 확대해 내년 3분기부터 5만개의 AMD '인스팅트 MI450 시리즈'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구동되는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오라클은 초기 5만개의 GPU로 시작해 2027년부터 GPU 도입을 확대할 예정이다. AMD의 MI450 GPU 칩은 AMD가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신제품으로, 최근 오픈AI도 AMD 칩을 기반으로 6기가와트(GW)급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AMD가 오픈AI, 오라클 등과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면서 차세대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HBM 공급량도 이와 맞물려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차세대 AI 반도체인 'MI450'의 구체적인 성능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HBM4가 다수 탑재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AMD의 경쟁사인 엔비디아가 내년 출시하는 '루빈 플랫폼'에 HBM4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MI450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에 HBM4가 최대 12개 가까이 탑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내년 엔비디아와 AMD 등이 시장에 출하하는 AI 반도체 수량은 올해보다 늘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며 "AMD가 빅테크와의 대형 계약을 계기로 시장 점유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AMD 등에 HBM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출하량도 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같은 이유로 그동안 'HBM 큰손'인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이 늦어졌던 삼성전자의 HBM 출하량이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HBM4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이 엔비디아 공급망에 선제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다만, 엔비디아 HBM4 최종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통과하더라도, 엔비디아 외에 AMD와 브로드컴 등 빅테크 기업에 HBM4를 공급하기 위한 충분한 여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내년 삼성전자의 D램 생산 능력은 웨이퍼 기준 월 68만장 수준으로, SK하이닉스의 생산능력(51만장)을 30% 이상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AMD에 HBM3E 제품을 성공적으로 납품하면서 기술력에 대한 의문을 해소한 상황이라 HBM4 공급도 가능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AMD 입장에서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달리 안정적으로 수량을 확보할 수 있는 삼성전자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HBM4 생산량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엔비디아와 AMD 등에 양품 샘플을 대량 공급해 시장을 선점하고, 양산 수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생산량을 끌어올린 것도 있지만, 경쟁사 대비 첨단 공정을 적용한 만큼 공정 난도 및 원가가 높다보니 기술 안정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샘플을 대량 생산 중"이라며 "HBM3E 시장에 진입한 AMD 등의 점유율 확대는 삼성전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