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자급제 전용 통신 브랜드 '에어'를 지난 13일 론칭했습니다. 무약정 요금제로 출시돼 단말기 보조금이나 25% 요금할인은 제공하지 않고, T멤버십 할인 혜택도 없지만 2030 세대를 겨냥해 기존 대비 저렴한 요금제를 기획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통신업계 안팎에선 SK텔레콤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4만7000원 요금제에 가입자가 몰리도록 상품을 기획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 4만7000원 요금제에 혜택 모아준 SKT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세컨드 통신 브랜드로 내놓은 에어는 4만7000원 요금제에 혜택을 집중적으로 모았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4만4000원 요금제가 3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와 1Mbps 속도의 QoS(기본 데이터 소진 시 1~5Mbps의 속도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보다 1000원 비싼 4만5000원 요금제는 71GB의 데이터와 3Mbps 속도의 QoS를 제공합니다. 요금제 가격이 1000원 차이에 불과하지만 기본 데이터가 2배 이상 많고, QoS 속도도 3배나 빠른 겁니다. 4만7000원 요금제는 100GB의 데이터와 5Mbps의 QoS를 지원합니다. 4만4000원 요금제와 불과 3000원 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데이터는 3배 이상 많고 속도도 5배나 빠릅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4만4000원 요금제보다 한 단계 저렴한 3만8000원 요금제는 15GB의 데이터와 1Mbps의 QoS를 제공하는데, 콘텐츠 데이터 소비가 큰 2030세대 특성상 4만원대 요금제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요금제를 선택할 때 4만4000원 대신 4만7000원짜리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상품을 설계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 포인트 할인으로 4만7000원 요금제 가입 유도
SK텔레콤은 에어 론칭을 기념해 가입 요금제에 따라 ▲2만9000원 요금제(월 7GB/1만9000포인트)▲3만8000원 요금제(월 15GB/2만포인트)▲4만4000원요금제(월 30GB/2만3000포인트)▲4만5000원 요금제(월 71GB/3만포인트)▲4만7000원 요금제(월 100GB/3만2000포인트)▲5만8000원 요금제(월 데이터 무제한/3만2000포인트)를 6개월간 한시적으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포인트는 요금제 결제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적용한 실제 요금제는 1만원(2만9000원 요금제), 1만8000원(3만8000원), 2만1000원(4만4000원), 1만5000원(4만5000원), 1만5000원(4만7000원), 2만6000원(5만8000원)까지 내려갑니다. 눈 여겨볼 점은 30GB의 데이터와 1MbpS 속도의 QoS를 제공하는 4만4000원 요금제가 2만1000원인 반면, 100GB의 데이터와 5Mbps 속도의 QoS를 지원하는 4만7000원 요금제는 1만5000원으로 오히려 저렴하다는 겁니다. 4만7000원 요금제를 선택하는 게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하도록 설계된 겁니다.
◇ 마케팅비 지출 최소화한 '에어'… 수익 극대화가 목적?
SK텔레콤이 4만7000원 요금제에 혜택을 집중시킨 이유는 무엇일까요. '4만7000원'이라는 숫자는 국내 이동통신사업자(MNO)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평균 서비스 요금값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해 디지털미래연구소가 발표한 '대한민국 모바일 요금지도 보고서'에 따르면 통신 3사의 평균 요금은 4만7097원이었습니다. 통신사가 단말기 보조금과 멤버십 할인 등 마케팅비를 지출해 모집한 가입자들의 평균 서비스 요금이 대략 4만7000원 정도라는 겁니다.
그런데 SK텔레콤 에어는 단말기 보조금 제공이나 25% 요금 할인 같은 혜택이 없습니다. 무약정 요금제로 설계됐기 때문입니다. T멤버십 할인 같은 부가서비스도 없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에어는 100% 온라인 전용 앱을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해 오프라인 매장 운영 시 발생하는 인건비나 판매 수수료 부담이 없어 비용 절감 효과가 큽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고객들이 4만7000원 이상의 에어 요금제에 많이 가입할수록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해킹 사고를 겪으면서 유심 교체 비용으로만 수천억원을 지출했습니다. 이후 5년간 보안 분야에 7000억원의 투자를 약속했고, 통신 요금 50% 감면(8월 한 달만)과 T멤버십 50% 할인 혜택 강화 등 1조원 규모의 보상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말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폐지됐지만 소비자들이 기대했던 통신사간 단말기 보조금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SK텔레콤이 가입자 탈환을 위해 보조금 지출을 대폭 늘리는 선택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SK텔레콤은 마케팅비 부담은 줄이면서 사업 수익은 높이는 새로운 형태의 통신 브랜드 론칭으로 돌파구를 모색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외적으로는 기존보다 저렴한 통신 요금제를 론칭한 것처럼 선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통신 사업 수익 극대화를 위한 목적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신현두 한국소비자협회 대표는 "단통법 폐지 이후 마케팅비를 줄이기 위한 통신사의 꼼수인 것 같다"며 "소비자들을 위한 것처럼 선전했지만 실제로는 사업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란 걸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들도 알게 된다"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