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후드티 사려고 연차 내고 왔습니다. 오픈 한 시간 전에 와서 줄 서 있었습니다."
1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팔란티어) 팝업스토어 앞에서 만난 김승현(36)씨는 이렇게 말했다. 오후 12시 개장을 앞두고 이곳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긴 줄을 늘여 있었다. 팔란티어는 이날부터 이틀간 한국에서 글로벌 최초 팝업스토어를 연다. 운영 시간은 양일 모두 오후 12시부터 8시까지로, 현장에서 총 6종의 한정판 굿즈가 공개된다. 이 중 5종은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이는 제품이며 모든 상품은 한정 수량으로 제작돼 선착순으로 판매된다.
팔란티어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이터 기반 운영체제를 구축해 주는 기업이다. 파편화된 데이터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통합하는 '온톨로지(Ontology)' 작업이 핵심 기술이다. 이를 통해 팔란티어는 고객사가 복잡한 데이터를 쉽게 이해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미국 국방부나 중앙정보부(CIA), 연방수사국(FBI) 등이 팔란티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방산 인공지능(AI) 기업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팔란티어는 올 2분기(4∼6월) 매출액 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약 1조4300억원)를 돌파하며 월가를 놀라게 했다.
팝업스토어 내부에 들어서니 중앙 홀 우측에 번쩍이는 대형 미디어월이, 정면에 유리 외벽에 있는 팔란티어 로고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후 파란색 조명이 특징인 쇼룸은 팔란티어의 다양한 굿즈들이 전시돼 있었고, 판매공간에선 고객이 직접 옷을 착용 및 구매할 수 있었다. 팝업스토어에서 고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제품은 팔란티어의 한정판 후드티다. 팔란티어의 대표색이기도 한 검정색인 후드티에는 회사의 핵심 기술인 온톨로지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외 판매 중인 티셔츠나 맨투맨, 모자 등에는 원이 특징인 팔란티어 로고가 들어가 있었다.
그렇다면 기업 간 거래(B2B)가 중심인 팔란티어가 기업 대 소비자(B2C) 기업의 전유물로 꼽히는 팝업스토어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이유는 뭘까. 이날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엘리아노 아 유니스(Eliano A. Unis) 팔란티어 전략참여 총괄은 "한국에는 많은 팔란티어의 팬과 서포터들이 있는 만큼, 우리는 그들을 사로잡고 연결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굿즈를 판매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사람들은 팔란티어의 사명과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기에 그 가치를 나누는 의미로 회사 로고가 새겨진 상품을 착용한다"며 "우리는 이걸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 팔란티어를 향한 팬층이 두텁다. 실제 지난 6월 팔란티어가 굿즈 플랫폼을 재출시한 이후 한국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 구매 고객 순위 2위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팔란티어가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요 미국 주식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기준 국내 주식 투자자가 보유한 팔란티어 주식의 보관액은 58억5000만달러(약 8조1500억원)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테슬라, 엔비디아에 이어 보관액이 세 번째로 많은 외국 주식에 올랐다. 이날 온 대다수 고객도 팔란티어의 국내 주주들이었다. 이날 후드티와 모자를 사려고 방문한 신지훈(32)씨는 "팔란티어 주주라 이 기업에 관심이 큰데, 한국에 팝업스토어를 연다는 소식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흔치 않은 기회라 생각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팔란티어의 이번 팝업스토어는 한국 시장 공략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앨릭스 카프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팝업스토어를 찾고 이날 김영섭 KT 사장과 AI 플랫폼 확산 방안을 논의했다. 팔란티어는 현재 국내에서 KT와 AX(인공지능 전환) 사업 가속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HD현대와는 미래형 조선소 프로젝트와 AI 기반 무인수상정(USV) '테네브리스'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