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브로드컴과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첨단 메모리 반도체 공급량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그래픽 D램(GDDR), 저전력 D램(LPDDR) 등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는 기업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에 불과해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공급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오픈AI가 브로드컴과의 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만큼 수혜를 예단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3일(현지시각) 오픈AI와 브로드컴은 대규모 AI 반도체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오픈AI가 설계한 AI 반도체와 시스템을 브로드컴이 맞춤형으로 개발·공급하게 된다. 브로드컴은 오픈AI가 구축 중인 데이터센터에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해 오는 2029년 말까지 AI 반도체와 통신 등을 위한 네트워크 시스템을 공급할 예정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현재 1기가와트(GW) 규모의 AI 컴퓨팅 용량을 확보하는 데에는 반도체 비용만 약 350억달러가 필요하고, 10GW 기준으로는 총 3500억달러(약 499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오픈AI는 첨단 AI 반도체 수급에 고삐를 죄고 있다. 오픈AI는 앞서 엔비디아, AMD와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오픈AI는 엔비디아와 1000억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설 협약을 맺었다. AMD는 오픈AI에 총 6GW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할 방침이다. 여기에 엔비디아와 AMD 등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브로드컴과의 자체 AI 반도체 개발 계약까지 발표한 것이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과 맞물려 여기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량도 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픈AI의 챗GPT 모델이 세대를 거듭할 수록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성형 AI의 성능을 고도화하는 데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돼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챗GPT 4.1은 4.0 모델 대비 메모리가 61배 가까이 더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오픈AI가 현재 HBM을 포함한 고성능 D램 생산능력의 2배가 넘는 월 90만장을 요구하고 있어 내년부터 HBM 수요처는 엔비디아 중심에서 미국 빅테크 업체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픈AI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HBM을 포함한 고성능 맞춤형 AI 메모리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다만, 오픈AI가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 섣불리 수혜 여부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AMD와 맺은 공급 계약도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다"며 "오픈AI가 그만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지, 대량의 AI 반도체를 탑재해 개발한 AI 모델에 대한 수요가 충분한 지와 관련해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의문이 해소돼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수혜 규모도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