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가오슝에 있는 TSMC 파운드리 공장 전경./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오는 16일 3분기(7~9월)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TSMC는 엔비디아·AMD 등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이끄는 주요 기업들의 생산을 전담해, AI 경기의 흐름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TSMC가 AI 칩 수요에 힘입어 3분기 양호한 성적을 거뒀을 것으로 보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해외 공장 가동에 따른 비용 부담과 차세대 공정 로드맵이 향후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글로벌 증권사들은 TSMC의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을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증가한 2.66달러로 전망했다. 앞서 TSMC가 지난 9일 발표한 3분기 매출은 9899억대만달러(약 46조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3%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반면 매출총이익률(매출에서 제조 비용을 뺀 이익률) 전망치는 약 56.5%로, 전년 동기(57.8%)와 지난 분기(58.6%)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로 전체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순이익은 늘어났으나, 해외 공장 가동과 첨단 공정 투자에 따른 고정비 증가로 이익률은 다소 둔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비용 압박에도 불구하고 TSMC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동력은 2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의 조기 가동이다.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TSMC의 신주 바오산(팹20)과 가오슝 난쯔(팹22) 공장은 2나노 시험 생산 단계에 돌입했으며, 수율은 70% 수준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TSMC는 이르면 올해 말 2나노 양산을 시작해 내년 중반부터 출하량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애플, 엔비디아, AMD, 퀄컴 등 주요 고객사들은 내년 2나노 생산 물량을 이미 선점한 상태다. 업계는 TSMC의 2나노 공정 월 생산량이 올해 말 4만장에서 내년 말 10만장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첨단 공정과 더불어 엔비디아 GPU에 적용되는 CoWoS(2.5D), 애플·AMD가 도입을 확대 중인 SoIC(3D) 등 첨단 패키징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업계는 내년 TSMC의 첨단 패키징 월 처리량이 15만장을 넘더라도 생산 능력은 여전히 포화 상태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장기적으로도 GPU 수요 확대는 TSMC의 성장세를 뒷받침할 전망이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최근 엔비디아, AMD와 체결한 칩 파트너십 역시 TSMC의 공정 및 패키징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AMD의 차세대 GPU MI400·MI450 시리즈와 엔비디아의 루빈 시리즈 역시 TSMC 공정을 기반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올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 점유율은 70.2%로,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는 결국 고성능 공정과 패키징 경쟁인데, 두 영역 모두 TSMC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며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도 추격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에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칩 호황을 바탕으로 TSMC는 투자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내년 TSMC의 설비투자(CAPEX) 규모는 올해(380억~420억달러·약 54조~60조원)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만 신주와 가오슝의 2나노 공장 외에도 일본 구마모토, 미국 애리조나 등에서 선단 공정 중심의 신규 팹 확충이 진행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2나노와 첨단 패키징 투자가 맞물리며 내년 TSMC의 설비 투자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마진 둔화는 TSMC의 숙제로 꼽힌다. 미 애리조나 등 해외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는 데다 2나노와 첨단 패키징 등 선단 공정 투자가 겹치며 비용 구조가 비대해진 상황이다. TSMC 경영진은 앞서 "2026년 매출총이익률이 53%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밝혔다. JP모건은 "이익률 둔화가 일시적인 성장통인지, 구조적인 문제인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2나노 양산 안정화와 패키징 효율 개선이 수익성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