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발 관세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에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철강 파생품목 관세로 인한 원재료 상승으로 주력 사업인 가전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됐지만, 공급망 최적화 전략으로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신성장 동력인 전장 사업은 역대 최고 수익성을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올 3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 21조 8751억원, 영업이익은 6889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4%, 8.4% 감소했다. 하지만 당초 시장에서 전망한 영업이익 전망치를 10% 상회했고, 매출액은 역대 3분기 중 두 번째로 높다.
◇ 프리미엄·생산지 최적화로 수익성 방어한 가전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올해 하반기 실적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미국 정부의 철강 파생품목 관세 50% 부과 등이 본격 시행되면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의 원재료 단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관세 여파로 인한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가전제품 수입액이 연중 두 자릿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내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운영, 마케팅 등 모든 영역에서 체질 개선에 나서왔다. LG전자 측은 "생활가전 사업은 미국 수출 물량의 관세 부담, 글로벌 수요 회복 지연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 중이며, 볼륨존 영역에서도 안정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생산지 운영과 자원 투입 최적화를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 사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TV 사업을 담당하는 미디어솔루션(MS) 사업본부는 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분기 19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TV 사업은 3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국내 증권사들은 분석했다. 글로벌 TV 시장 수요 침체가 지속된 영향도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액정디스플레이(LCD) 기반 저가 TV 공세로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MS 부문은 LCD 패널 가격이 소폭 하락했음에도 중국 제조사와의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확대 등으로 이번 분기도 적자가 예상되며, 질적 성장 영역으로 구분되는 웹OS의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30% 증가가 가능하겠지만, TV 하드웨어(HW) 사업 부진을 상쇄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車 전장 사업·B2B 등 신성장 동력 수익성↑
LG전자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온 전장과 냉난방공조 등 기업용(B2B) 사업의 수익성이 성장한 것은 호재다.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큰 TV, 가전과 비교해 안정적인 실적 포트폴리오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전장 사업은 올해 3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가 수익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사업모델은 제품에서 차량용 콘텐츠 플랫폼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램프, 전기차 구동부품도 사업구조 효율화에 속도가 나는 만큼 높은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향후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냉난방공조 사업은 상업용 공조시스템 및 산업·발전용 칠러(Chiller)를 앞세워 수익성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최근 북미, 중남미, 중동,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AIDC(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등 대규모 수주를 따내는 등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사업의 잠재력을 지속 확대해 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