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삼성 13개 계열사 연합 노조인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소속 관계자들이 9월 3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과급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노조가 SK하이닉스와 연봉과 처우를 비교하면서 자사를 폄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구성원 처우 개선을 위한 노조의 노력이 자칫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최근 홈페이지와 사내 익명게시판 나우톡을 통해 SK하이닉스로 이직한 삼성전자 전 직원 인터뷰 시리즈 1편을 공개했다.

이직자 A씨는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는 동안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우울증을 앓다 병가를 반복한 끝에 SK하이닉스로 이직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직 후에는 한 번도 우울증이 생기지 않았고, 실무적인 부분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에서는 임원 말을 잘 들어야 고과를 잘 받지만 SK하이닉스에서는 업무만 열심히 하면 인정받는다고도 덧붙였다.

이직 당시 6000만원이던 연봉도 이직 후 5년 만에 3배 수준으로 늘었다는 A씨는 삼성전자 성과급 산정 방식은 "자기들 마음대로"라고 비판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에는 연봉 역전 현상을 보전해주고 고과별 차등도 줄이고 있다고 호평했다.

초기업 노조 삼성전자 지부는 이번 인터뷰에 이어 SK하이닉스 이직자 인터뷰를 4편까지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달 삼성 그룹이 최대 후원자이자 공고한 산학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성균관대에서 재학생들을 상대로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삼성전자를 깎아내리는 사례도 있었다. 당시 초기업 노조 삼성전자 지부는 성균관대 공학관 인근 카페에서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 중 고른다면, 내가 가고 싶은 회사는?'이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게시판에는 '신입 연봉 삼성전자 약 7000만원, SK하이닉스 약 1억4000만원(성과급 포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성과급은 매년 달라져서 비교가 어려운데, 노골적으로 SK하이닉스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설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조는 응답자 중 67명이 삼성전자를 택한 반면 140명이 SK하이닉스를 선택했다는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삼성전자와 관계가 깊은 성균관대임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를 선택한 비율이 약 70%에 달했다"며 "이는 향후 삼성전자가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SK하이닉스가 노사 합의로 '1인 성과급 1억원'이 결정된 이후 이런 방식의 비교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올해 DS 부문의 성과급은 실적 부진으로 평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일각에서는 구성원 처우 개선을 위해 노조가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경쟁사인 SK하이닉스(000660)와 무리한 비교를 시도한 것은 오히려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005930)의 성과급이 오르려면 실적이 좋아져야 하는데, 회사를 깎아내리는 식의 활동이 성과급 반등에 도움이 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