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챗GPT 개발업체 오픈AI와 손을 맞잡자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다시 촉발되고 있다. 이번 협력으로 엔비디아는 최대 고객이 된 오픈AI에 투자하고, 이 돈으로 오픈AI는 엔비디아 제품 사용·구매를 늘릴 수 있게 됐는데, 이 순환 자체가 AI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매체는 "AI 공룡들이 맺는 순환거래에 대해 일부 분석가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순환거래 논란은 지난달 22일 엔비디아가 오픈AI에 1000억달러(약 142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뒤 제기돼 지난 6일 오픈AI와 AMD가 거래를 체결하며 증폭됐다.
이번 계약으로 오픈AI는 AMD로부터 총 6기가와트(GW) 규모의 AI 가속기를 공급받는다. 이 중 1GW를 내년 하반기까지 AMD의 MI450제품으로 받는다. 대신 오픈AI는 AMD 보통주를 주당 0.01달러에 매입할 수 있다. AMD 주가가 거래 당시의 4배 가량인 600달러까지 오르면 AMD 주식 최대 1억6000만주를 매수할 수 있게 된다. 오픈AI와 손잡았다는 소식을 통해 AMD 주가를 끌어올리고, 그 상승 폭으로 오픈AI는 헐값에 AI칩을 확보하는 구조다.
앞서 발표된 엔비디아의 오픈AI 투자에도 순환거래 성격이 짙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면, 이 투자금의 대부분은 다시 엔비디아 GPU를 리스하는 데 사용된다. 이 외에도 엔비디아는 인텔(50억달러) xAI(20억달러)에도 투자했고, 오픈AI는 오라클과 3000억달러 규모의 컴퓨팅파워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순환 거래는 GPU-AI서버-클라우드-AI모델로 구성되는 AI 생태계에서 정점인 AI모델이 향후 막대한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야 이뤄질 수 있다. 문제는 오픈AI와 같은 AI 개발사의 수익화 시기를 예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픈AI는 5000억달러 규모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이지만 아직 적자를 내고 있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오픈AI의 매출은 43억달러(약 6조1000억원), 손실은 78억달러(약 11조원)로 집계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8일 "아직 오픈AI는 자금이 없다"며 "주식이든 부채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매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픈AI와 엔비디아는 이런 거래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이날 "앞으로 몇 달 안에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다"며 "AI 모델의 능력이 우리가 예상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경제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황 CEO 역시 "지금은 2000년대 닷컴 버블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새로운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