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YMTC 낸드플래시 공장 전경./YMTC 제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생산 비중을 축소하고 인공지능(AI) 수요가 커지고 있는 서버용 낸드 라인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YMTC가 낸드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모바일용 낸드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탑재되는 낸드로 공정 전환을 진행 중이다.

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트포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 저장장치인 유니버설 플래시 스토리지(UFS), eMMC(Embedded Multi Media Card) 생산 설비를 데이터센터용 낸드 설비로 교체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진행된 설비 전환으로 생산량 부족이 빚어져 올 하반기에는 모바일, 서버용 낸드 모두 일시적인 수요 부족이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YMTC가 본격적으로 생산량 확대에 나선 이후 줄곧 감산 기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주요 낸드 매출처인 스마트폰용 낸드 시장에서 YMTC의 시장 침투가 예상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가격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두 기업은 감산만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모바일용 낸드 비중을 줄이고 수익성이 더 높은 AI 데이터센터에 집중하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기업용 SSD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쿼드레벨셀(QLC) 낸드 기반의 대용량 저장장치 수요에 집중하고 있다. QLC는 메모리 셀 하나에 4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플래시 메모리 방식을 말한다. 기존 SLC(1비트), MLC(2비트), TLC(3비트)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한 셀에 저장할 수 있어, 대용량 SSD나 서버용 스토리지에 주로 사용된다. 다만 하나의 셀이 더 많은 정보를 담는 만큼 내구성 유지가 중요해 난도가 높은 기술이다. 안정적으로 구현할 경우 수익성도 높은 매출처로 꼽힌다.

트렌드포스는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클라우드서비스업체(CSP)들이 기업용 SSD 주문을 늘리면서 낸드의 평균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면서 올 4분기 글로벌 낸드 평균계약가격이 전 분기 대비 5~10%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 3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3~8% 올랐는데, 가격 상승 폭이 더 커진 것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용 낸드 역시 전망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추격하기 위해 일본 키옥시아가 AI 데이터센터용 SSD 수요를 노리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여지가 남아있다.

최근 키옥시아는 이와테현에 있는 기타카미 플래시 메모리 공장의 두 번째 생산 시설(팹)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신규 시설을 통해 내년 상반기부터 최첨단 메모리 칩을 양산해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기타카미 공장과 함께 미에현 욧카이치에 있는 주력 생산기지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생산능력을 2배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