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로고./조선DB

TSMC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로 접어들면서 각광받고 있는 '광(光) 반도체' 시장 선점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에 이어 브로드컴과도 협력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리콘 포토닉스라고 불리는 광 반도체 기술은 전기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처리해 전송 속도와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어, AI 반도체 시대 필수 기술로 꼽힌다. TSMC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AI 반도체 업계 선두 주자들과 차세대 기술로 평가되는 실리콘 포토닉스 협력을 강화해 선두 자리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실리콘 포토닉스란 전기 신호 대신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처리하고 전송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다. 실리콘 웨이퍼 기반의 반도체에 광학 부품들을 집적해, 기존의 전기 신호를 통해 통신하는 반도체가 가진 신호 및 데이터 전송 속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력 소비와 발열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이유로 막대한 전력 소모와 발열을 일으키고, 기존 대비 수십 배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요구하는 AI 반도체 시대에 최적화된 기술이란 평가를 받는다.

1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브로드컴과 협력해 브로드컴의 차세대 AI 반도체인 '토마호크 6'에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반도체는 TSMC의 3㎚(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통해 양산되며, 실리콘 포토닉스가 적용된 공정의 양산 검증은 올해 말까지 완료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공상시보는 "브로드컴과 TSMC가 실리콘 포토닉스가 적용된 반도체의 설계와 공정, 패키징까지 통합된 공급망을 형성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와 고성능컴퓨팅(HPC) 시장 개화에 맞물려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실리콘 포토닉스 관련 시장 규모는 연 평균 23% 성장해 오는 2030년 60억달러(약 8조 4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기존 전기 신호 통신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리콘 포토닉스는 AI와 HPC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며 "TSMC와 엔비디아, 구글, AMD와 같은 주요 기업들이 AI 인프라의 핵심 전략으로 실리콘 포토닉스를 통합하고 있으며 AI 시대에 실리콘 포토닉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TSMC는 앞서 엔비디아와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 협력을 발표한 바 있다. TSMC는 올해 6월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이 적용된 생산 라인을 완공해 양산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TSMC는 이르면 내년에 엔비디아가 시장에 내놓을 차세대 AI 반도체 플랫폼인 '루빈'에 실리콘 포토닉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TSMC는 루빈 플랫폼을 최종 반도체의 형태로 포장하는 패키징 공정에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TSMC는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브로드컴과 마벨 등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오는 2027년 실리콘 포토닉스 공정 상용화를 목표로 브로드컴 등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일본 반도체업계와 협력해 메모리 반도체에 광 통신을 적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에 광학 솔루션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R&D) 및 소재와 부품, 장비(소부장) 생태계가 미흡해 이를 선제적으로 구축한 대만 반도체 업계와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강성철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반도체 공정이 첨단화되면서 핀펫과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후면전력공급(BSPDN) 등 신기술이 주력 공정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리콘 포토닉스도 AI 시대 패키징 공정의 핵심 솔루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만과 비교해 R&D와 소부장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