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LG디스플레이 제공

한국과 중국의 프리미엄 TV용 디스플레이 패널 기술이 한국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중국산 RGB LED 기술로 양분화하며 패권 경쟁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RGB LED TV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적(R)·녹(G)·청(B) 컬러필터를 적용하는 기존 LCD TV 구조를 골격으로 한다. 외부 광원이 필요한 '비(非)자발광' 제품으로, 후면광원(백라이트유닛·BLU)으로 RGB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한 것이 백색 LED 후면광원을 적용하는 기존 미니 LED-LCD TV와의 차별점이다.

중국 기업들의 RGB LED TV는 기대 이상의 화질로 OLED TV의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 잠식을 노리고 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TV용 OLED 패널 생산을 최대한 효율화해 단가 인하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중국산 RGB LED 패널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라 패널 원가가 OLED와 비슷하거나 비싼 것으로 추정돼 향후 1~2년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의 우위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OLED 패널 원가(65인치 TV 기준)가 조만간 500달러(약 70만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0년 당시 65인치대 OLED 패널 원가는 1000달러(약 140만원)에 육박했었다. 이후 LG디스플레이는 꾸준히 생산성과 수율을 강화해 지난해 600달러 수준에서 올해는 500달러 이하를 목표로 해왔다.

최근 2~3년간 LG디스플레이는 OLED 중심으로 매출 구조를 완전히 전환하기 위해 라인 증설과 수율 안정화를 추진해 왔다. 지난해부터 결실을 맺기 시작한 이 노력은 전년 대비 30% 원가 절감에 성공했고, 올해도 이어지는 추세다. 내년에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구조를 바꾸는 설계 혁신으로 추가적인 생산 단가 절감을 노리고 있다.

올해 들어 TCL, 하이센스 등 중국 TV 제조사들이 쏟아내고 있는 RGB LED TV는 OLED TV가 차지하고 있는 프리미엄 TV 시장의 파이를 뺏기 위해 기존 미니 LED TV의 단점을 개선, 기대 이상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블랙 표현이나 명암비, 선명도 측면에서는 OLED보다 떨어지지만, 액정표시장치(LCD) TV의 단점을 거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RGB LED TV는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생산 단가 측면에서 OLED와 비교해 강점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RGB LED TV의 경우 RGB LED 백라이트를 구성하는 LED 칩 비용이 패널 단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백라이트와 구동부 비용까지 합치면 사실상 OLED 패널 생산비용과 비슷한 400~600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며 오히려 더 비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RGB LED TV는 TV를 구성하는 탑재 부품(BOM) 수가 더 많고 패널 구조가 OLED보다 복잡하며, 생산 수율도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RGB LED TV는 미니 LED 칩이 수만개에서 수십만개 탑재되는데, 칩을 배치하는 공정에서 불량이 발생하거나 구동 회로의 수율을 잡는 것이 관건이다. 업계에 따르면 TV 품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광(光) 균일성 우려로 모듈 검사 비용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들도 향후 1~2년간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의 입지가 유지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옴디아는 올해 TV용 OLED 패널 출하량이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의 위상도 아직 견고하다. 옴디아에 따르면 1500달러(210만원)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의 점유율(매출 기준)은 지난해 36.7%를 기록했고, 올해 46.1%에 이어 내년에는 50%를 돌파할 전망이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OLED 패널이) 코로나19 특수 등 외부 변수에 따라 LCD 업황과 동행하는 실적 호조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OLED 중심의 자체 펀더멘탈만으로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의 체력을 확보했다"며 LG디스플레이의 올해 3분기 실적 전망치를 기존 3270억원에서 4855억원으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