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적자폭 축소로 실적 반등이 예상되면서 영업이익 10조원 클럽 복귀를 예상하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또 한 번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하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추석 연휴 이후 셋째주 초에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통상 매분기가 끝나고 약 일주일 뒤 잠정 실적을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긴 추석 연휴 탓에 발표 시기가 늦춰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바닥을 찍고 3분기에 반등하는 흐름이 예상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83조5515억원, 영업이익 9조7524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전 분기 대비 108.6% 증가한 수치다. 최근에는 국내 증권사들이 10조원대 영업이익 전망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실적의 반등은 올 상반기 내내 부진했던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부문이 주도할 전망이다. 앞서 반도체부문은 2분기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부진과 재고 자산에 대한 충당금 설정 등으로 영업이익이 4000억원에 그쳤다. 3분기에는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HBM 생산 확대에 따른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 서버용 D램 수요 증가 등으로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다.
DS투자증권은 "최근 감지되는 일반 서버 수요 영향으로 내년까지 D램 상승 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라며 "DDR4(구형 D램의 평균판매가격(ASP)) 역전 현상은 고객사들의 신규 서버 증설 시 DDR5 전환 속도를 올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인공지능(AI)에 힘입은 프리미엄 제품 가격 상승이 수요 회복의 제약을 상쇄하는 국면에 있다"며 D램 가격 상승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 규모에 대해서는 다소 전망이 엇갈린다. 키움증권의 경우 반도체 부문만 5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V자 반등을 예상했으나, KB증권 등은 3조원대 영업이익을 전망치로 제시했다. 이외 상당수 증권사들은 4조원대 영업이익을 추정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3분기에 실적이 반등하는 것은 분명하나 갑자기 초호황 국면을 타는 흐름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며 "HBM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시기를 저울질한다면 3분기보다는 4분기에 더 명확한 흐름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시장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AI 수요가 주도하는 메모리 시장 강세 속에서 D램과 HBM이 동반 호조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 9조원을 넘어서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SK하이닉스가 3분기에도 10조원대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24조7000억원, 11조2000억원으로 추산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경신할 것으로 관측했다.
스마트폰, TV에 이어 IT, 웨어러블, PC 등으로 수요처가 확대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매출 성장에 힘입어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실적도 반등할 것으로 관측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3분기 실적 전망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LG디스플레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633억원이다. 최근 중소형 패널 호재가 이어짐에 따라 일부 증권사들은 영업이익 전망치를 4000억원대로 높였다. 평균 컨센서스가 4354억원까지 올라, 15분기 만에 가장 큰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삼성전자의 견고한 폴더블폰 시리즈 판매량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며 애플용 폴더블 OLED 공급 준비 작업도 한창이다. OLED 패널 중에서도 고부가 제품으로 꼽히는 폴더블 OLED 비중이 높아지면서 회사의 수익성도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