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샤피로 CTA CEO가 24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최지희 기자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6'이 내년 1월 6~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혁신가들의 등장(Innovators Show Up)'을 주제로 열린다. 내년 CES에서는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미래 핵심 기술을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 'CES 파운드리'가 처음 도입된다. 삼성전자는 20여년 만에 메인 전시장을 벗어나 단독 전시관을 마련하는 등 전시 운영 방식에 변화가 예고됐다.

CES 주관사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24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CES 2026의 주요 트렌드와 준비 현황을 전했다. 게리 샤피로 CTA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CES에서 주최국인 미국 다음으로 참가 규모가 가장 큰 곳"라며 "한국 기업들은 AI·모빌리티·가전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CES 2025에는 전년보다 42% 늘어난 1031곳의 한국 기업들이 참여했다.

◇ CTA "韓 기업 참가, 문제없도록 총력 지원"

한국 기업들의 CES 참여 규모가 매년 확대되는 가운데, 내년 전시회를 앞두고 미국 비자 문제가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 기업이 CES에 전시자로 참가하기 위해서는 통상 B-1(임시 상용) 비자를 발급받거나, 한국이 속한 비자면제프로그램(VWP)을 통해 ESTA(전자여행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미국 비자 발급이 지연되고 있어 내년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CES에 예정대로 참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B-1 비자로 입국한 한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비자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샤피로 CEO는 "미국 정부는 한국 기업과 혁신가들이 CES에 오는 것을 환영하고 지지한다"며 "양국의 긴밀한 관계를 고려할 때 (비자 문제로) 한국의 투자를 막는 일은 실수였고,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참가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CTA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지원하겠다"며 "참가 기업들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CTA 웹사이트에 비자 가이드를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필요할 경우 정부와 협의해 최신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샤피로 CEO는 또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발생한 체포 사건은 백악관 차원의 결정으로 보이지 않으며, 미국 정부 내에서도 '실수(mistake)'였다는 평가가 많다"며 "미국은 한국과 민주주의·자유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인 만큼, CES 참가가 차질 없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CES 파운드리' 첫선… 삼성전자는 LVCC 떠나 '원 삼성' 강조

내년 CES의 가장 큰 변화는 'CES 파운드리' 프로그램 신설이다. 이는 블록체인,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을 다루는 2일간의 특별 프로그램으로,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컨퍼런스·제품 시연·네트워킹이 함께 진행된다. CTA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신기술을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CES에서는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지속가능 기술 등이 한층 강화된다. CES 혁신상 부문에도 에듀테크, 엔터프라이즈 기술, 공급망·물류, 영화·콘텐츠 제작 등이 신설돼 참가 분야가 늘어난다. CTA는 "AI가 이미 전시의 중심 주제로 자리 잡았고, 내년에는 사이버보안, 인프라 융합, 에이전틱(Agentic) AI 같은 차세대 솔루션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의 전시 전략도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메인 전시관을 벗어나 처음으로 윈 호텔에 4628㎡(약 1400평) 규모의 단독 전시관을 마련한다. TV·가전·모바일을 아우르는 '원 삼성'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워 통합된 비전과 신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CTA는 "윈 호텔 역시 공식 CES 전시장"이라며 "삼성의 공간 이동은 모든 제품을 한곳에 모아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려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설명했다.

반면 SK그룹은 내년 CES에 불참한다. 2019년 이후 그룹 공동부스를 운영하며 꾸준히 참가해왔으나, 내년에는 대규모 전시를 중단하기로 했다.

CES 2026 기조연설에는 리사 수 AMD CEO, 양위안칭 레노버 CEO가 나선다. 레노버는 자사 글로벌 행사를 CES와 연계해 라스베이거스 돔 공연장 '스피어'에서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