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자회사 LG헬로비전이 최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이하 알뜰폰협회)를 탈퇴했습니다. 협회 창립 멤버인 LG헬로비전의 탈퇴로 대기업 알뜰폰 자회사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협회가 중소업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어 대기업 알뜰폰 자회사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 "대기업 알뜰폰, 협회 탈퇴는 처음있는 일"… KB리브엠에 쏠린 시선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LG헬로비전의 알뜰폰협회 탈퇴가 완료됐습니다. 지난 4월 탈퇴 신청서를 접수한 이후 협회 측의 만류로 잔류하기로 했지만, 다시 최종 탈퇴로 가닥을 잡은 겁니다.
협회비 부담 탓에 중소업체가 협회를 탈퇴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대기업 계열사의 탈퇴는 처음있는 일입니다. 가입자 75만명을 보유한 LG헬로비전은 협회 창립 회원사이자, 이사사 멤버였습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LG헬로비전의 연간 협회비는 7000만원 정도다. 결코 협회비 부담 때문에 탈퇴한 건 아니다"면서 "협회가 중소 알뜰폰 업체들의 이익 대변을 위해 운영되면서 내부 갈등이 있었던 걸로 안다"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다른 대기업 알뜰폰 자회사들의 협회 이탈 우려가 커졌다는 점입니다. 한 대기업 알뜰폰 자회사 관계자는 "올 초 LG헬로비전의 협회 탈퇴 이야기가 나왔을 때 KB리브엠도 우리도 탈퇴할 수 있다는 의중을 비춘 적이 있었던 걸로 안다"면서 "지금은 누가 먼저 탈퇴 신청을 할지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 대기업 알뜰폰 점유율 60% 제한에 침묵한 협회에 불만
대기업 알뜰폰 자회사들이 알뜰폰협회에 불만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작년부터 국회(더불어민주당)가 중소 알뜰폰 업체 보호를 위해 대기업 계열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알뜰폰협회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지난 4월 LG헬로비전도 "(협회가) 사업의 이해를 대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탈퇴 신청 이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계열사들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52.7%로, 이미 60%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2019년 후발 주자로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KB리브엠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2021년 1%대에서 지난해 5%까지 올랐습니다. 법이 개정되면 후발 주자로 시장을 확대 중인 KB리브엠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대기업 계열사의 알뜰폰 사업 제한 이야기는 이미 5년 전부터 나왔습니다. 2020년 김형진 당시 알뜰폰협회장(세종텔레콤 회장)이 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들이 알뜰폰 사업에서 3년 이내 철수해야 한다고 과기정통부에 의견을 전달한 적도 있었습니다. 알뜰폰협회가 중소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이는 알뜰폰협회 이사사 구성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총 18개사로 구성된 알뜰폰 협회는 10개 이사사를 두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6개 이사사를 중소업체 회원사가 맡고 있어, 주요 의사 결정이 이들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습니다. 4개사였던 대기업 계열사 이사사 수가 LG헬로비전의 탈퇴로 3개사(SK텔링크, KB리브엠, 한국케이블텔레콤)로 줄어들면서 이러한 기조는 더욱 강해질 전망입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협회 운영비는 대기업 알뜰폰 자회사들이 대부분 부담하고 있는데, 협회 내 중소업체들의 의결권이 더 보장되는 이사회 구조 때문에 대기업 자회사들의 불만이 크다"고 했습니다.
◇ 망 도매대가 단체 협상 없앤 '사후규제'도 한 몫
이런 상황에서 망 도매대가 협상 방식 변화도 대기업 알뜰폰 자회사들의 이탈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망 도매대가 협상 방식이 올해 4월부터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전체 알뜰폰 업체들을 대신해 정부가 통신 3사와 망 도매대가 협상을 진행한 사전규제 방식을 따랐을 때는 협회 가입을 통해 한 목소리를 낼 협력의 이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사라졌다는 겁니다. 사후규제 방식이 적용된 4월부터는 알뜰폰 업체들이 각자 통신 3사와 개별 협상을 벌여야 합니다. 알뜰폰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알뜰폰 자회사들이 알뜰폰협회에 가입했던 가장 큰 이유가 망 도매대가 협력 때문이었다"면서 "사후규제로 바뀐 이후부터 협력의 필요성이 많이 느슨해진 건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대기업 계열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작년 1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이후 9개월 넘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