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이천 M16 공장 전경./각사 제공

범용 D램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에 타격을 입었던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이어질 상승 사이클에 대비해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역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 생산능력에 돌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22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옴디아 시장조사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말 기준 D램 웨이퍼 투입량은 193만장(올 3분기 합산)으로 올해 1분기에 비해 5% 늘어날 전망이다. 평택 캠퍼스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D램 생산량은 내년에 분기 200만장을 돌파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D램 3강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D램 생산량 상당 부분이 HBM으로 할당되면서 서버, PC, 모바일 등 주요 D램 응용처에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이 점점 심화될 것으로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은 관측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D램 호황기를 예상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차세대 D램 공정인 10나노 6세대(1c)로 시장 점유율 회복에 나설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증설 투자에 여유 공간이 많이 남아있는 평택 공장을 중심으로 D램 웨이퍼 투입량을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4분기 평택 공장 D램 생산라인의 생산능력은 최대치에 달할 전망이다. 여기에 P4 신공정에 추가 설비가 투입되면 분기 평균 생산량이 100만장을 넘기며 삼성전자 전체 D램 생산 비중의 약 50% 수준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점진적으로 D램 생산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수요가 부진했던 지난해의 경우 분기 웨이퍼 투입량이 130만장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HBM 공급량이 급격히 늘면서 올해부터 150만장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연내 최대 생산능력인 160만장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공되기 이전에는 증설 투자를 늘릴만한 부지가 여의치 않아 삼성전자보다는 생산능력 확대 속도가 느린 상황이다.

현재 D램 시장 수급 상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유리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46.15% 오른 5.7달러를 기록했다. DDR4 D램 제품은 지난 3월 말(1.35달러) 이후 오르기 시작해 5개월 사이 4배 이상 상승했다. D램 가격은 5개월째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인공지능(AI)발 서버 D램 수요가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여전히 매우 강하다"며 "주요 서버 D램 계약가격은 올해 연말까지 상승세가 유지되며 상승폭 역시 3분기 대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범용 D램 가격에 가장 큰 변수였던 중국 기업들의 부진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DDR5 전환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서버용 하이 스피드 제품 시장 진입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DR5 재고 레벨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했다.

한편 증권가에선 메모리 공급 부족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 금융회사 서스쿼해나(Susquehanna)는 "업계 전반적으로 매출 점유율 확대보다는 마진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범용 D램 가격도 2026년에 전년 대비 상승할 전망"이라고 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메모리) 사이클 지표는 오히려 2027년경 정점(peak) 패턴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며 "메모리 산업의 역학이 바뀌면서 모든 곳에서 공급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