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로고./연합뉴스

올해 초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딥시크(DeepSeek)'가 출시 8개월 만에 초라한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못 드러내는 건 물론 중국 내에서도 바이트댄스의 AI 챗봇 '두바오(Doubao)'에 사용자 수가 밀리고 있다. 다만 중국 내 AI 분야 경쟁이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딥시크 성패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건 시기상조란 지적도 나온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바이트댄스의 두바오가 지난달 중국 AI 챗봇 앱 시장에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위를 차지했다. 두바오의 지난달 MAU는 1억5700만명으로 전달 대비 6.6% 증가했다. 두바오는 2023년 8월 출시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딥시크의 MAU는 전달 대비 4% 감소한 1억4300만명으로 집계됐다. 딥시크 이탈 사용자 중 약 40%가 두바오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텐센트의 '위안바오'도 지난달 MAU가 전월 대비 22.4% 증가한 3300만명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딥시크는 올해 초 '저비용 고성능'을 자랑하는 생성형 AI 모델 'R1'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한때 챗GPT를 제치고 애플 미국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에 맞설 중국 'AI 굴기'의 상징처럼 언급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경쟁자들의 등장과 후속 모델 출시 연기로 이용자가 계속 이탈하고 있다.

두바오는 정기적인 업그레이드로 성능을 높이며 이용자들을 흡수하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지난 5월 두바오에 실시간 영상통화 기능을 추가해 인터랙티브 디지털 어시스턴트 기능을 확장했다. 반면 딥시크는 아직 멀티모달 기능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두바오 및 다른 AI 챗봇들은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생성 및 AI 기반 온라인 검색 기능 등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중국 AI통계사이트 AI CPB의 창립자인 리방주는 "바이트댄스는 단순히 모델 성능을 높이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문제와 환경을 고려해 기능을 개선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고 평가했다.

두바오 앱 이미지. /바이트댄스 홈페이지 캡처

딥시크의 낮은 성능과 후속 모델 출시 연기 등도 이탈자가 커지는 이유다. 그간 딥시크는 R1 모델이 엉뚱한 답변을 내놓거나 응답 속도가 불안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R1의 다음 버전인 R2 모델 출시가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딥시크는 R2 모델을 지난 5월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제일재경신문 등은 지난 8일(현지시각) R2가 AI 에이전트로 개발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이 모델은 올해 4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애초에 딥시크의 목표는 사용자 수 등 트래픽 확보가 아닌 만큼, 성패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딥시크는 단독 플랫폼으로 성장하기보다 바이두나 텐센트의 위안바오 등 제3의 검색 플랫폼에 탑재돼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이용률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량원펑 딥시크 최고경영자(CEO)는 수익화를 회사 성장의 핵심 목표로 삼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 내 AI 경쟁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이 시기를 선점하는 게 향후 점유율을 좌우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주지아리 AI 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중국 AI 앱 시장은 확장과 유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플랫폼의 유통망과 응용 환경 침투력이 향후 점유율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내에서도 딥시크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있다. 앱 통계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딥시크 MAU는 7만327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출시된 후 2월 MAU가 40만1394명을 기록한 것에 비해 반년 새 82% 급감한 것이다. 딥시크 앱 신규 설치 건수 역시 1월 39만6074건에서 8월 1만2720건으로 97%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