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버와 합작했던 택시 호출 서비스를 접은 티맵모빌리티가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 전략을 강화한다. 단순한 내비게이션 앱을 넘어, 데이터와 AI를 결합한 '통합 모빌리티 에이전트'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티맵모빌리티는 18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74억건 이상의 이동 데이터를 AI와 결합해 내비게이션을 넘어선 통합 모빌리티 에이전트로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EBITDA(상각전영업이익) 기준 분기 흑자를 기록한 만큼, 데이터 중심의 수익 모델에 AI를 더해 사업 확장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티맵모빌리티가 이날 강조한 핵심은 데이터 경쟁력이다. ▲지난 20년간 쌓아온 지도·도로망 데이터 ▲하루 2600만건 이상 수집되는 이동 경로 ▲운전 점수, 보험, 주차·충전·대리운전 등 생활형 행태 데이터 ▲'어디갈까' 서비스로 확보한 3000만명 규모의 장소 방문 데이터까지, 네 축을 기반으로 한다. 박서하 D&I(Data&Innovation) 담당(부사장)은 "AI 에이전트의 성패는 결국 데이터 보유량과 품질에 달려 있다"며 "내비게이션·장소 데이터 측면에서 티맵은 차별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접목된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대화형 내비게이션'이다. 이번 업데이트로 기존 누구(NUGU) 기반 음성 안내가 SK텔레콤의 AI 서비스 '에이닷'으로 대체된다. 덕분에 운전자는 정해진 명령어가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 대화로 경로를 요청할 수 있다. 예컨대 "근처 주유소 들렀다 집에 가자"라고 말하면 목적지와 경유지를 동시에 인식해 최적 경로를 제시한다. 잘못된 지명을 말해도 보정 기능이 작동해 올바른 후보지를 안내한다. '분위기 좋은 식당' '아이와 가기 좋은 곳' 같은 테마 검색, 즐겨찾기·주행 이력을 반영한 개인화 응답, 리뷰 요약·영업시간·주차 정보 제공도 가능하다.
현장에서는 '아이유 시연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가수 아이유와 인터뷰 일정이 잡힌 기자'라는 시나리오에서, 운전자가 "청담역 근처 티하우스 찾아줘"라고 말하자 에이닷은 목적지를 추천하고 영업시간과 메뉴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이어 "주차 가능해?" "가격은 얼마야?" 같은 질문에도 연속 대화가 이어졌다. "아이유 매니저에게 문자 보내줘"라는 요청까지 처리하며, 기존 누구 기반 시스템에서는 구현되지 않았던 멀티턴 대화를 선보였다. 전창근 프로덕트 담당(부사장)은 "이번 개편으로 기존 내비게이션 사용성을 뛰어넘는 대화형 모빌리티 AI 경험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티맵모빌리티는 글로벌 범용 AI 모델과의 차별성도 강조했다. 멀티 LLM(대규모언어모델)을 활용하고 있지만, 오픈AI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 같은 범용 모델을 차량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 부사장은 "주행 중 AI는 응답 지연(레이턴시)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범용 모델은 내비게이션·장소 검색에 최적화돼 있지 않다"며 "티맵은 도메인 특화 데이터로 차별화된 경험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도 "앞으로 제너럴 모델보다 특정 영역에 특화된 도메인 에이전트의 사용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내비·장소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진 티맵이 해당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맵모빌리티는 AI 적용 사례뿐 아니라 수익 모델 다각화 방안도 제시했다. B2C 영역에서는 운전 점수 기반 보험 제휴로 99%의 커버리지를 확보했고, 최근에는 하루 500원으로 가입 가능한 운전자 상해보험을 출시했다. 골프·여행자 보험 등으로 확대해 카라이프 전반을 아우르는 상품을 오퍼링할 계획이다. B2B 영역에서는 정유사 판매 예측, 물류·택배 ETA 산출, 축제 방문자 분석 등에서 티맵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으며, 정유사 모델링 정확도를 34% 높인 사례도 공개됐다.
이와 함께 회사는 2026년까지 모바일·자동차·챗봇을 아우르는 '통합 모빌리티 AI 에이전트'를 구현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도 내놓았다. 차량 내 대화형 음성 에이전트와 모바일 채팅형 에이전트를 연동해 주행 전후에도 맥락을 이어가는 멀티모달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강릉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주변 맛집을 추천하거나, 주행 중 들은 뉴스를 하차 후 챗봇에서 이어보는 방식이다.
박 부사장은 "티맵은 국내 최대 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비게이션을 넘어 모빌리티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에이전트로 발전할 것"이라며 "고객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AI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