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그룹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T-Head(헤드)의 제품 이미지./T-헤드 홈페이지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규제에 고삐를 죄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자국 AI 반도체 사용을 장려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알리바바뿐만 아니라 화웨이, 비롄 테크놀로지 등 중국 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해 최근 수입이 금지된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용 저가형 AI 반도체를 대체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18일 중국 CCTV 등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T-헤드가 개발한 AI 칩 T-헤드 PPU의 성능이 엔비디아 H20과 유사한 수준이다. T-헤드 PPU는 HBM2E(2세대 고대역폭메모리)가 탑재되고, SMIC의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과 2.5차원(D) 패키징을 통해 제조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품원가(BoM)은 H20보다 40%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AI 칩은 중국 국영 통신 기업인 차이나유니콤의 데이터센터에 탑재될 예정이다. CCTV는 '국내 및 엔비디아(NV) 카드 주요 매개변수 비교'라는 표를 공개하며 "알리바바와 화웨이, 비렌 테크놀로지의 기술력이 엔비디아에 뒤지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매체에서 자국 AI 칩의 성능을 직접 공개해 엔비디아와 비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에 규제를 가하고 있는 만큼 자국 AI 칩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술력을 선전하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가격까지 저렴하다는 점을 공개하면서 자국 AI 칩을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엔비디아가 미국의 규제를 피해 중국 시장을 겨냥해 저사양으로 개발한 H20 수출을 금지한 것에 이어, 최근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와 수출 협의를 마치고 다시 개발한 'RTX 6000D'에 대해서도 규제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를 포함한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신형 저사양 칩 'RTX 6000D'의 테스트와 주문을 중단하라고 이번 주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한 나라가 원할 때만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중국 시장에 누구보다 많이 기여했지만 현재 상황은 실망스럽다"고 했다.

중국 테크 기업들도 자체 AI 칩을 설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화웨이와 알리바바, 비롄 테크놀로지뿐만 아니라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인 캠브리콘도 엔비디아 대체 기업으로 떠오르면서 공급량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설계 외에도 현재 미국의 규제로 수입이 금지된 자외선(DUV),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개발에 사활을 거는 중이다. FT에 따르면,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SMIC는 중국 스타트업과 함께 DUV 노광 장비 상용화를 위해 테스트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SMIC는 미국의 규제로 반도체 생산의 필수 장비인 DUV, EUV 장비를 ASML로부터 수입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