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의 '뱀피르'./넷마블 제공

한국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2017년 '리니지M' 출시 이후 이어진 엔씨소프트 독주 체제가 넷마블과 넥슨의 신작 흥행으로 흔들리고, 오는 11월 엔씨소프트의 차세대 대작까지 가세하면서 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리니지 시리즈는 지난 7년간 한국 모바일 MMORPG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자동사냥과 고과금 BM(비즈니스 모델)을 앞세운 '리니지M'은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장기간 지켜내며 경쟁작들을 따돌렸다. 그러나 최근 구글플레이 매출 집계에 따르면 넷마블의 신작 '뱀피르'가 리니지M을 제치고 1위를 장기간 유지하면서 시장 구도가 변하고 있다. 유저 피로 누적과 운영 논란이 겹친 리니지 체제에 균열이 생긴 셈이다.

넷마블이 지난달 26일 출시한 자체 IP 신작 뱀피르는 고딕 호러풍 세계관을 내세웠다. 출시 20일 만인 지난 14일까지 글로벌 누적 매출 2500만달러(약 347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13일 연속 구글 매출 1위를 차지하며 단기 흥행을 넘어 장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뱀피르 초기 일 매출은 30억원대, 현재도 20억원대를 유지한다"며 넷마블의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상향했다. DS투자증권은 "올해 넷마블 신작 흥행률은 75%에 달한다"면서 퍼블리싱 역량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비노기 모바일./넥슨

넥슨은 올 상반기 정식 출시한 '마비노기 모바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경쟁과 PVP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생활·협력 콘텐츠를 강화하며 10·20세대 이용자를 흡수했다. 합주 시스템, 길드 협력 콘텐츠, 보드게임형 미니게임 등을 앞세운 결과, 출시 직후 구글 인기 순위 1위·매출 2위,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현재는 구글플레이 기준 매출 13위로 밀려났지만, 단기 과금 매출보다는 이용자 충성도와 장기적인 운영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모비노기라이크'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새로운 MMORPG 패러다임을 만들었다"며 글로벌 진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19일 첫 대형 업데이트 쇼케이스 '빅 캠프파이어'를 열고 신규 메인 시나리오 '여신강림 3장: 팔라딘', 상위 티어 룬, 최고 레벨 85 확장 등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로 반격에 나선다. 사전예약은 지난 11일 시작됐고, 오는 11월 16일부터 사전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정식 출시는 11월 19일 한국과 대만에서 동시에 이뤄진다. '아이온' 정식 후속작으로 개발된 이번 작품은 최고 수준의 그래픽과 종족 간 전투 '어비스'를 내세우며, 멤버십 패스와 외형 꾸미기 중심 BM으로 리니지식 과금 모델에서 탈피했다. NH투자증권은 아이온2의 초기 일 매출을 국내 18억원, 대만 7억원 등 총 25억원 수준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30만원으로 상향했다.

업계는 이처럼 굵직한 신작들이 잇따라 합류하면서 하반기 MMORPG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컴투스의 '더 스타라이트', 웹젠이 오는 25일 출시하는 신작 'R2 오리진'까지 가세하면서 판도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작 MMORPG는 단순히 매출 1위 달성 여부보다 얼마나 오래 시장에서 자리를 지키는지가 중요하다"면서 "국내 시장에서의 흥행 지속력뿐 아니라 글로벌 확장 가능성까지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