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루나레이크 CPU를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 북5 프로(Pro)./삼성전자 제공

인텔을 비롯해 퀄컴, AMD 등이 인공지능(AI) PC용 프로세서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체 PC 시장에서도 AI PC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AI 성능이 승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도가 높아진 가운데 PC 시장에서도 AI가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AI 기능과 업계 최고 수준의 저전력 성능으로 무장한 인텔의 '코어 울트라 200V 시리즈'(코드명: 루나레이크) 중앙처리장치(CPU) 라인업이 중대한 분기점이 됐다. AI PC의 효용성에 대한 시장의 의심을 불식시킨 첫 CPU 제품으로 평가 받는다. 개발 단계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전 세계 각국 소프트웨어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생태계를 다져온 인텔의 AI PC용 CPU는 2분기 판매된 인텔 CPU 탑재 노트북 중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세가 빠르다.

15일 인텔에 따르면 전 세계 23개국 기업 경영자 및 의사결정자 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시장조사 결과 비즈니스 의사결정권자의 46%가 내장형 AI 기능을 PC 업그레이드 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꼽았다. 대다수 응답자가 AI PC가 업무 생산성을 높일 것(90%)이라고 응답했으며, 87%는 차기 업그레이드 주기에 AI PC 도입을 고려하고 있고, 이 중 46%는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텔 루나레이크가 노트북 분야에서 AI PC의 효용성을 입증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다. 지난 2023년부터 우후죽순 등장한 AI PC는 가격 대비 충분한 AI 성능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지난해 5월 MS가 윈도 OS를 통해 AI 서비스에 특화한 '코파일럿+ PC' 기준을 발표했고, 루나레이크가 최대 120TOPS(초당 120조회 연산) AI 성능으로 조건을 충족하며 AI PC용 CPU라는 이름값을 해냈다.

AI는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 운영과 조직 관리, 생산성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앞서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사장) 역시 지난 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5'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향후 주요 목표로 AI를 통한 업무 효율화를 강조한 바 있다. 노 사장은 "2030년까지 전 업무의 90%에 AI를 적용해 회사의 근본 혁신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AI를 업무용 하드웨어 전반에 적용하려는 기업은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인텔의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각국 경영진은 AI가 업무 방식을 혁신하고 더 스마트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기술 전략에서 AI 역량을 점점 더 우선시하고 있다. 검색 최적화, 실시간 번역, 텍스트 자동완성과 같은 기능이 빠른 AI 도입을 이끌고 있으며 이 가운데 AI PC는 IT 효율 개선과 비용 절감의 핵심 도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AI 도입에는 여전히 보안과 비용에 대한 부담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AI PC와 관련된 주요 보안 우려 사항은 데이터 노출(49%), AI 모델 조작(manipulation of AI models, 43%), AI 모델 변조(AI model tampering, 38%) 순으로 나타났다.

인텔 관계자는 "AI PC용으로 내놓는 CPU는 하드웨어 기반 보안으로 고도화된 위협 탐지, 애플리케이션 및 데이터 보호, OS 하단 레벨부터 전 계층을 아우르는 자동 방어(즉, 사용자가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전체 보안 스택을 커버)까지 제공한다"며 "아직 시장에서는 보안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AI PC 시장이 더 강력한 성장 동력을 얻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10월 MS의 윈도10 지원 종료가 PC 교체 수요를 촉발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이 시기에 맞춰 인텔의 차세대 CPU인 패서레이크가 AI PC에 특화한 제품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팬서레이크는 업계 최초의 1나노대 공정인 18A(1.8나노급) CPU로 루나레이크, 애로레이크보다 AI에 특화한 칩 설계를 준비하고 있다.

배태원 인텔코리아 사장은 "국내 시장에서 AI PC 확산은 기대 이상"이라며 "인텔은 하드웨어의 진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생태계와의 협력에도 투자해 400개 이상의 AI 기능을 구현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 구현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AI 도입을 원하지만 데이터 보안에 대한 우려가 많은 기업, 정부 고객들이 AI PC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텔은 기업용 PC 요구사항을 반영한 'vPRO 플랫폼'을 오랫동안 발전시켜온 만큼, AI PC가 기업 및 관공서시장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될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