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웹사이트 / 연합뉴스

'오픈AI 대항마'로 불리는 앤트로픽(Anthropic)이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중 처음으로 중국계 기업에 AI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앤트로픽 임원은 FT에 "중국 당국이 첨단 AI 기술을 중국 군사 및 정보 기관에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러시아, 이란, 북한 등 미국의 적대국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정책은 즉시 시행되며,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테크 기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FT는 전했다.

회사 측은 이번 결정이 앤트로픽 매출에 "수억 달러 규모"의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도 "AI의 발전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고 미국의 AI 리더십에 기여해야 한다는 우리의 원칙과 일치한다"고 했다.

이는 중국이 초음속 무기부터 핵무기 모델링에 이르기까지 군사 목적으로 AI를 활용한다는 미국 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미국 AI 확보를 막기 위해 포괄적인 수출 통제를 시행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아직 별도의 수출 통제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앤트로픽의 새로운 정책이 싱가포르 내 중국계 기업들을 일부분 겨냥했다면서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오픈AI 출신들이 창업한 앤트로픽은 AI 모델 '클로드'를 출시하며 오픈AI의 대항마로 부상했다. 클로드는 챗GPT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AI다.

앤트로픽은 최근 130억달러(약 18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를 1830억달러(약 255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설립 때부터 투자한 구글이 지분 14%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챗GPT, 클로드, 구글 제미나이 등 미국 AI 사용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우회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FT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