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회의 연설 중 엄지를 들어 올리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의 2026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월가에서는 '역대 최대 실적'을 예상하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엔비디아의 '큰 손' 고객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AI 투자가 실적을 견인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월가는 엔비디아의 장기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격화하는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을 가장 큰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25일 시장조사업체 LSEG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한 약 459억달러(약 63조5000억원), 주당순이익(EPS)은 48% 늘어난 1.01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분기 매출(약 441억달러)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자, 엔비디아가 제시했던 2분기 가이던스(441억~459억달러) 상단에 부합하는 수치다.

실적 전망치가 높아지면서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하고 있다. 미 증권사 TD코웬은 엔비디아의 목표가를 기존 175달러에서 235달러로 대폭 높였고, 파이퍼 샌들러는 180달러에서 225달러로, 웨드부시는 175달러에서 210달러로 각각 올렸다. 실제 주가 역시 최근 한 달 동안 150달러대 초반에서 170달러 후반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낙관론의 배경에는 엔비디아의 최대 고객사인 클라우드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 확대가 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MS, 구글, 메타, 아마존 등은 일제히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자본지출(CAPEX) 확대를 선언했다. MS는 지난 분기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 매출이 39% 급증한 것을 발판 삼아 인프라 투자를 가속화했고, 구글은 올해 연간 CAPEX 전망을 850억달러(약 118조원)로 상향했다. 메타 역시 연간 투자 예상치를 최대 720억달러(약 100조원)로 높였으며, 아마존의 연간 투자액은 1180억달러(약16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지출 확대는 AI 서버의 핵심 부품인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요로 직결된다. 이 때문에 고객사들의 투자 경쟁은 엔비디아의 실적 전망에서 가장 믿을만한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여기에 각국 정부가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소버린 AI'와 일반 기업들의 AI 도입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당분간 엔비디아의 독주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가장 큰 변수는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이다. 지난해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약 13%를 차지했던 중국 시장은 더 이상 예측이 쉽지 않은 수요처가 됐다. 최근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용 AI 칩 'H20'의 생산을 공급업체에 중단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미 행정부가 중국향 H20 칩 매출의 15%를 정부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판매를 일부 허가했으나, 곧바로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사용 자제를 압박하면서 엔비디아가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증권사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크 수석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결국 중국 사업을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하지만 미 행정부가 H20 칩 판매를 허용하면서 이를 '사실상 구형 기술'이라고 규정한 것이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표현이 중국의 반발을 불러온 데다 중국은 엔비디아 칩이 자국 기술의 백도어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의구심까지 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 리스크가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파이퍼 샌들러는 "중국 수요를 제외하더라도 미국의 AI 컴퓨팅 수요만으로 이미 엔비디아의 공급 능력을 초과한 수준"이라며, 북미를 중심으로 한 폭발적인 수요가 중국 판매 감소분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웨드부시도 H20 제한으로 인한 엔비디아의 손실이 분기당 30억~40억달러(약 4조~5조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하면서도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세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