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있는 스타트업과 인재들을 찾아 투자하고 지원하면서 다양성이 공존하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만들어가겠습니다."이해진 네이버 의장
네이버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첫 해외 투자법인 '네이버 벤처스'를 설립한다. 지난 3월 약 7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첫 해외 일정으로 실리콘밸리를 찾아 AI 시대에 대한 시각과 미래 기술 투자 계획을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 5일(현지시각) 미 실리콘밸리 포시즌 호텔에서 네이버 벤처스 네트워킹 행사를 열고 첫 투자처로 영상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를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 2021년 설립된 트웰브랩스는 영상을 이해하고 검색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를 개발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AI 기업에 4년 연속 선정됐다.
이 의장은 이 행사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네이버 설립 이후 25년간 많은 파도가 있었는데, 인공지능(AI)은 인터넷, 모바일 레벨(수준)의 파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웃으며 "자주 하는 말인데, 25년 내내 망할 것 같았다. 모바일, 인터넷, 블록체인 등 새로운 것이 나올 때마다 네이버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고 돌아봤다.
이 의장은 "AI 시대에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고 이사회에 들어가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느꼈다"며 AI가 경영 복귀의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다만 "내가 직접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경영진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네이버의 AI 기술이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의장은 "투자 규모나 인력 등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지금까지도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싸워왔고 그 싸움에 익숙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 빨리 포커스를 해야 하고 돌멩이 하나를 잘 던져야 한다"며 "지금은 돌멩이를 잡는 과정이고 돌멩이를 잡기 전에 LLM(대규모 언어모델)이나 클라우드 등 기본적인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범용 AI의 경우 미국과 중국을 넘어서기 쉽지 않지만, 확보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특정 분야에 대한 AI 경쟁은 승산 있다고 했다. 그는 "검색도 처음에 알고리즘 싸움이었지만 결국 다 비슷해지고 데이터를 갖고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AI도 비슷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 2기 체제를 시작하며 글로벌 진출과 AI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들이 밀집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발굴, 투자 등을 위한 '네이버 벤처스'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벤처스의 네트워킹 행사에는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안익진 몰로코 대표, 김성무 데이터라이즈 대표, 김진우 라이너 대표 등 실리콘밸리 지역의 주요 창업가 및 엔지니어, 투자자 등 약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해진 의장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네이버 벤처스 설립 배경, 생태계 기여 방안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김남선 네이버 전략투자부문 대표는 이재성 트웰브랩스 대표 등과 함께 AI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좌담회를 진행됐다.
최수연 대표는 "네이버는 인재와 기술이 있는 곳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는 기술과 혁신의 산실로 역량있는 인재와 신기술이 모여드는 곳"이라며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으로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안정적으로 투자를 받고 기술 개발 및 사업을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네이버가 한국에 이어 북미에서도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에 나선 이해진 의장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성장한 경험, AI 시대에 대한 시각, 향후 스타트업과 인재, 미래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협력하며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의장은 "AI 시대에도 다양성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네이버 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네이버는 역량 있는 스타트업, 인재들을 찾아 투자하고 지원하며 네이버의 경험과 연결해 함께 성장하며 다양성이 공존하는 AI 시대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벤처스는 이달 중 설립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남선 전략투자부문 대표가 네이버 벤처스를 이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