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을 선보인 중국 딥시크 쇼크로 중국 AI 스타트업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 제재로 그간 중국 기술 기업은 민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자금 조달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 '엔비디아 대항마' 中 비렌, 홍콩 IPO 검토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AI 칩 스타트업인상하이 비렌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비렌)는 홍콩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전망이다. 당초 비렌은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과학혁신 기업 전용 시장인 스타보드 상장을 고려했으나, 최근 중국 AI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홍콩 시장에서도 IPO를 검토하고 있다.
비렌은 2019년 중국 AI 대표 기업인 센스타임의 장원 총재가 설립한 회사로, 중국 내 엔비디아의 유력한 경쟁사로 꼽혀왔다. 2022년 첫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을 출시한 이후 기업가치가 170억위안(약 3조3500억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2023년 10월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사업 확장에 제약이 생겼고, IPO 계획도 연기됐다.
비렌은 이번 IPO를 통해 약 3억달러(약 43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국제금융공사, BOC인터내셔널홀딩스, 핑안증권 등과 협력해 IPO를 추진 중이며, 공모 규모와 시기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중국 본토 증시의 IPO를 제한해 온 만큼, 비렌 역시 홍콩 증시에 상장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 中 테크 기업, 분위기 반전에 주식 매각 활발
지난달 딥시크가 새로운 AI 모델을 선보이면서 중국 첨단 기술 업종의 투자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 상장 기업들은 주식 매각을 통해 10억달러(약 1조4300억원) 이상을 조달했으며, 그중 대부분이 2월에 이뤄졌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로 중국 기술 기업을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었으나, 딥시크 등장 이후 이들 기업에 대한 주식 매수 열풍이 불었다.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이례적으로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민영 테크 기업 수장들을 불러 좌담회를 열자 투자 심리는 더 강해졌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기업 규제 타깃이 됐던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도 참석해 정부의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ABCI 증권의 스티브 차우 연구원은 "지난 몇 년간 중국 기술 업종의 자본 시장 분위기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며 "과거에는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웠을 수 있지만, 이제 그 문이 열렸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술 기업들은 이번 기회를 활용해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 AI 칩 제조사 블랙세서미와 중국 최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UB테크, AI 기반 신약 개발사 엑스탈파이는 지난주 잇달아 주식 매각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규모는 42억홍콩달러(약 7730억원)에 이른다. 이달 초 AI 스타트업 베이징 포스 패러다임도 주식 매각을 통해 약 1억8000만달러(약 2580억원)를 조달했다. 알리바바·샤오미 등 중국의 주요 기술 기업 30곳으로 구성된 홍콩 항셍테크지수는 올해 들어 약 28.6%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