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뉴스1

삼성전자(005930)가 오는 8일 작년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은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작년 3분기에 이어 작년 4분기 역시 범용 D램, 낸드플래시, 파운드리 사업의 부진이 지속됐으며,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에 디스플레이 영업이익까지 급감하며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진 것이다.

7일 증권업계가 추정한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를 종합하면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은 76조원대, 영업이익은 7조원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4분기 영업이익은 이후 12조원, 10조원, 8조원으로 점점 낮아졌고 최근에는 7조원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됐다. 이는 전분기(9조1800억원)보다 23% 이상 감소한 수치다.

◇ D램, 낸드 경쟁 심화에 고전… 파운드리는 적자 지속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매출 전망치를 기존 74조4000억원에서 73조6000억원으로, 영업이익 전망치를 8조9000억원에서 7조7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매출 전망치를 79조6250억원으로 상향했으나, 영업이익 전망치는 7조2600억원으로 기존 대비 28% 낮춰 잡았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실적에 대해 매출은 74조원, 영업이익은 7조3000억원을 예상했다.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대들보인 DS(반도체)부문이 아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DS부문은 지난해 4분기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 부진한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의 경우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하이엔드 시장 내 입지 확대가 정체 국면에 있다. 디스플레이 역시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예년에 비해 낮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악영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4분기 D램, 낸드플래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 하락세의 영향이 삼성전자에 집중된 영향이 크다. 12월 말 메모리카드·USB향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 가격은 2.08 달러로 전월(2.16 달러) 대비 3.48% 하락했다. 이로써 낸드플래시 가격은 작년 1월 4.72 달러에서 작년 12월 기준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 D램의 경우 하락세가 멈췄지만 여전히 정체돼 있다. D램 가격은 작년 8월과 9월 각각 2.38%, 17.07% 하락한 뒤 같은 해 11월 20.59% 급락했다. 작년 1월 1.80 달러를 기록했던 D램 가격은 작년 12월 기준 25% 떨어졌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수요 부진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스마트폰과 PC의 재고 조정으로 4분기 D램의 비트그로스(생산량 증가) 추정을 -5%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DS부문의 경우 D램 위주로 하향 조정했다”며 “4분기 D램 계약가격 하락으로 인해 D램의 ASP(평균거래가격)가 3.3%포인트(P) 하향했고, 재고평가 충당금 설정 가능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의 부진을 상쇄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여전히 HBM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과 HBM 중심의 업사이클에서 소외된 것이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며 “다만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이 같은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스마트폰 출하량도 급감… 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반토막

MX사업부의 수익성에도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에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북미에서 애플의 공세에 밀려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으며,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는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의 공세에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대비 6.2% 성장했지만, 신흥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이뤄져 중국 기업들이 수혜를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MX사업부 영업이익을 2조4000억원대로 낮춰잡고 있다. 이중 스마트폰 판매로 인한 이익은 2조원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경쟁 심화와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약 4000억원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TV, 가전 등도 중국 기업들의 공세로 인한 경쟁 심화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디스플레이 사업도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수요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2023년 4분기 2조원에서 지난해 4분기 9000억원대로 하향됐을 것으로 보인다. 신석한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 시점은 올해 2분기로 지연될 전망”이라며 “2분기에 반도체 업황 회복과 HBM 공급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