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하면서 외산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구독(사용)료를 달러화로 결제해야 하는 해외 클라우드사의 특성상, 원화로 환산된 결제액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구독료가 지난 10월 대비 약 6% 올랐다. AWS는 ‘전월 말일자 하나은행 최초 고시 전신환 매도율’을 기준으로 원화 결제액을 산정해 사용료를 고객사에 청구하고 있다. AWS의 내년 1월 구독료는 오는 31일 원·달러 환율에 의해 결정된다. 오는 31일까지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이상 유지될 경우 약 4%의 구독료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23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50.9원이다.

구글도 AWS와 비슷한 방식으로 매월 초 고시 환율을 토대로 국내 클라우드 구독료를 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마이크로소프트(MS)는 2월과 9월 원·달러 환율을 기준으로 구독료를 산정한다. 내년 2월까지 원·달러당 1400원대를 지속하면 10% 이상 구독료가 오를 전망이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AWS, MS, 구글 등 글로벌 3개 업체가 약 75%를 점유하고 있어,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 기업들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2년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5조8400억원에 달한다. 환율 영향으로 클라우드 구독료가 10% 오른다고 가정하면 약 4380억원의 클라우드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 7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3년 국내 부가통신사업 실태 조사 결과(복수 응답 허용)’에 따르면 클라우드 사용 기업(171개사) 중 60.2%가 AWS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MS(24.0%), 네이버클라우드(20.5%), 구글(19.9%), KT(8.2%) 순이었다.

외산 클라우드 업체는 구독료가 올라도, 토종 클라우드 업체와 기술력·서비스 경쟁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고객사들의 이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AWS나 MS 등 해외 기업들은 투자를 많이 해서 기술력도 높고, 서비스 체계가 잘 잡혀있는데 반해 국내 클라우드 업체들은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환율 탓에 비용 부담이 늘어도 국내 기업들 입장에선 외산 클라우드를 안 쓸 수도 없고 답답한 노릇”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LG그룹 등 국내 기업들이 업무 시스템을 해외 클라우드 업체에 대거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애초부터 가격적인 메리트(이점) 때문에 해외 클라우드 업체를 선택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바꿀려고 해도 시스템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이 발목을 잡는다.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3000여개사를 조사한 설문 결과를 보면 타회사 클라우드로 전환이 어려운 이유로 ‘데이터 이전에 따른 비용 부담과 기술적 제약’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6.7%로 가장 많았다. 클라우드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업체가 바뀌면 기존 클라우드 관리 인력을 새로운 시스템에 맞게 재훈련시키거나 전문 지식을 가진 새로운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등 비용 부담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토종 클라우드 업체들이 해외에 데이터센터를 많이 확보하지 못해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객사들이 외산 클라우드 서비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일례로 게임사 같이 해외 서비스가 중요한 업종의 경우 가격이 비싸더라도 외산 클라우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해외에 총 9개의 데이터센터를 확보했지만, KT는 한 곳도 확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