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의 아이'(왼쪽)와 '귀멸의 칼날' 극장판(오른쪽) 포스터./각 사 제공

소니가 연 매출 2조원대 콘텐츠 그룹 가도카와(KADOKAWA) 최대주주에 올라 콘텐츠 영향력을 강화하게 됐다. 가도카와는 1500만부 이상의 누적 판매량을 자랑하는 인기 만화 ‘최애의 아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소니는 기존에 보유한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와 제작사에 가도카와의 인기 지식재산권(IP)를 접목해 콘텐츠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80년 역사 가도카와, 게임·애니메이션 제작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소니그룹은 500억엔(약 4613억원)을 들여 가도카와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이에 따라 가도카와 지분 약 10%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랐다. 소니는 가도카와가 내년 1월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이사 1명을 파견할 예정이다.

가도카와는 1945년 설립된 일본의 콘텐츠 그룹이다. 만화 출판사 ‘가도카와 쇼텐’이 모태로, 일본 게임,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가도카와는 지난해 매출 2조3532억원을 기록했다.

가도카와는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를 제작한 동화공방을 지난 7월 인수했다. ‘최애의 아이’ 애니메이션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오프닝곡 챌린지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히트작 반열에 올랐다. 당시 오프닝곡을 부른 요아소비(YOASOBI)가 국내 음악 방송에 나와 화제를 모았다. 또 게임 자회사 프롬소프트웨어의 ‘다크소울’ 시리즈와 ‘엘든 링’이 인기를 끌었다.

일본 투자업계 관계자는 “소니는 제작부터 배급까지 수직계열화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며 “소니의 몸값이 점점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5월 15달러였던 소니 주가는 이날 20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 소니-가도카와, 콘텐츠 투자·제작 협력

소니는 가도카와를 발판으로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기 IP를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매체로 이식해 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미디어 믹스 전략’이다. 소니는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 크런치롤(Crunchyroll)과 ‘귀멸의 칼날’을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애니플렉스를 갖고 있다. ‘귀멸의 칼날’은 극장판 기준 약 5억달러(6943억원)의 매출을 올린 히트작이다. 가도카와 콘텐츠를 실사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공동 제작하는 방향도 논의 중이다.

양측은 콘텐츠 분야 공동 출자 및 제작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도카와는 조달 자금 중 200억엔(1847억원)을 신규 콘텐츠 IP 창출 및 인수에 사용할 계획이며, 300억엔(2769억원)을 콘텐츠 IP의 해외 진출에 투입한다고 했다. 미국, 유럽권이나 중국 등에 제작 및 판매 거점을 마련하고 현지 기업 M&A(인수합병)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일본 콘텐츠 시장 규모는 14조엔(129조4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본 콘텐츠의 해외 매출이 2023년 약 5조8000억엔(53조5862억원)을 기록, 10년 만에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일본 정부는 만화와 게임 등 자국 콘텐츠 수출을 2033년까지 20조엔(177조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편 가도카와는 소니가 최대주주에 오르기 전까지 카카오가 지분 8.87%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중국 텐센트도 약 6.86%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 중 하나다. 가도카와 매각설이 나왔을 당시 카카오와 텐센트 역시 인수에 관심을 보인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소니가 최대주주에 안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