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CMC) 목록에 올랐던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 AMEC이 약 4개월 간의 소송 끝에 명단에서 제외됐다. 중국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주도해 온 AMEC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안에도 빠져있어 첨단 반도체 제조용 장비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블룸버그와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AMEC은 미 국방부와의 소송을 통해 CMC 목록에서 제외됐다. AMEC이 CMC 목록에 올라간 것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제기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AMEC은 반도체 웨이퍼상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식각 장비를 만드는 기업이다. 나우라테크놀러지에 이은 중국 2위 반도체 장비 업체다. 인텔과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에서 근무했던 제럴드 인 지야오가 2004년 설립했다. AMEC은 첨단 장비 개발뿐만 아니라, 장비에 탑재되는 부품까지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 지야요 CEO는 “지난해 말까지 미국의 제재 부품 80%를 중국산 부품으로 교체했다”며 “올해까지 100%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가 AMEC을 중국 군사기업 목록에 올린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미 국방부는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기업을 CMC 목록으로 관리한다. 이 목록에 포함된 기업은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불가능하다. 미국 기술력이 내재된 장비의 부품을 수입하는 것도, 미국 기업에 장비를 수출하는 것도 통제된다. 중국 화웨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도 해당 명단에 올라있다.
이에 AMEC은 지난 8월 미국 컬럼비아 특별구 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통해 미 국방부의 조치가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졌으며 이로 인해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소송을 제기한 지 약 4개월 만에 규제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AMEC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 기업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아 첨단 반도체 제조용 장비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AMEC은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와 화홍반도체 등 레거시(구형) 반도체 제조에 주력하고 있는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TSMC 등 글로벌 기업에도 장비를 공급한다. AMEC은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에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용 건식 식각 장비를 공급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도 식각 장비를 공급한 바 있다. 인 지야요 CEO는 2㎚급 이하 첨단 반도체 장비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중국의 반도체 장비 기술력은 국내 반도체 장비사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이라며 “첨단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에 대한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규제에도 중국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우회로를 찾아내 필요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력 내재화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