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철 싸이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11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싸이월드 서비스 소개 기자간담회에서 서비스의 방향과 컨셉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내년 중 국내 소셜미디어(SNS) 싸이월드가 재출시된다. 전신인 ‘싸이월드 2.0′이 지난해 중단된 이후 2번째 재출시다. 싸이월드는 개방성을 강조하는 기존 SNS와 달리, 개인 중심 서비스를 주 무기로 내세울 방침이다. 향후 게임 서비스까지 연계해 3년 내 월간 활성 사용자(MAU)를 950만명 이상 확보한다는 목표다.

싸이월드는 2000년대 초·중반 10~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SNS다. 2003년 SK컴즈에 인수된 이후 수년간 선두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의 판도가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면서 웹 기반이던 싸이월드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후 2011년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으로 타격을 받고 내리막길을 걷다, 2019년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싸이월드 재출시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 싸이월드제트가 2022년 서비스를 부활시켰지만, 1년 만에 다시 중단했다. 기술적인 문제로 이전 데이터 복원을 마치지 못한 채 서비스를 운영한 것이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싸이월드 운영사 싸이커뮤니케이션즈(싸이컴즈)는 11일 오전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싸이컴즈는 싸이월드 인수를 위해 지난 9월 설립된 법인이다. 싸이컴즈는 지난달 12일을 기점으로 싸이월드제트로부터 싸이월드 사업권과 자산인수를 마무리했다.

함영철 싸이컴즈 대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기존 SNS의 지나친 개방성으로 이용자들의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익명으로 자유롭게 내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IT 업계에 근무하면서 개인화된 SNS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고, 이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우게 됐다”고 덧붙였다.

싸이컴즈는 내년 1분기까지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데이터 복원을 마치고 하반기 서비스를 정식 출시할 방침이다. 함 대표는 “기존 법인으로부터 3200만명의 회원과 170억건의 사진 데이터를 인계받았다”며 “데이터 복원을 포함한 서비스 재출시 작업에 50억원이 투입될 계획이고, 작업이 완료되면 복원 현황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철 싸이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11일 오전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싸이월드 디자인 시안을 공개하고 있다. /김민국 기자

싸이월드는 개인의 기록과 유의미한 교류를 중점으로 만들어진 ‘마이홈’, ‘클럽’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계획이다. 마이홈은 애플리케이션(앱) 첫 화면이자 사용자의 개인 공간으로 사진, 글을 작성·관리하는 공간이다. 클럽 서비스는 여러 이용자가 함께 모이는 커뮤니티로, 채팅 중심으로 운영된다. 마이홈과 클럽 서비스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개인 간 교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싸이컴즈의 설명이다.

싸이월드의 상징이었던 아바타 ‘미니미’는 기존 도트 디자인에서 3D(차원) 디자인으로 전환된다. 여기에 미니미를 사용자 취향과 개성에 따라 꾸밀 수 있는 기능까지 더한다는 계획이다.

싸이컴즈는 2026년까지 싸이월드에 게임 서비스를 연계할 방침이다. 펄어비스, 투바이트 등 다양한 게임사에서 콘텐츠 제작을 총괄한 함영철 대표가 구상한 수익화 방안이다. 함 대표는 “페이스북과 러시아 포털 얀덱스도 기존에 보유한 이용자를 활용한 게임 서비스로 수익을 끌어올렸다”며 “2년 내 싸이월드에 게임 서비스 연계를 마치고, 이를 통해 950만명의 월 이용자를 달성하면 2028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싸이컴즈는 개인화 서비스로 인한 확장성 한계를 극복할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함 대표는 “보안과 폐쇄성을 중시하는 텔레그램도 빠르게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개인화 서비스로 인해 이용자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싸이컴즈는 이전 서비스 소유 법인인 싸이월드제트의 재무 문제와 사업 연계 가능성과도 선을 그었다. 함 대표는 “싸이월드제트가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발생한 채무와 싸이컴즈는 관련이 없다”며 “싸이월드제트가 구상했던 가상화폐 사업 운영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