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출시된 지 2년 만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기술 혁명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구글 모기업)·아마존·메타·엔비디아 등 6대 빅테크 기업의 시가총액은 지난 2022년 말 챗GPT 출시 이후 총 8조달러(약 1경1300조원) 이상 증가했습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모든 인류를 위한 기술'로 비전을 제시했던 생성형 AI가, 정작 빅테크에 더 많은 부를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 빅테크 주도 나스닥 연일 최고치 경신
최근 미국 증시는 6대 빅테크 주도 아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3일(현지시각) 나스닥 지수는 0.4% 상승한 1만9480.91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메타는 3.5% 급등하며 상승세를 주도했고, 엔비디아(1.2%), 아마존(1.3%), 애플(1.3%)도 고르게 상승했습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며 지난해 6월 시가총액 1조달러(약 1412조원) 클럽에 합류했습니다. 현재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3조달러(약 4236조)를 훌쩍 넘었습니다. MS와 구글은 생성형 AI 기술을 클라우드 서비스와 결합하며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했습니다. 메타는 AI 기반 광고 시스템을 통해 매출 구조를 혁신했고, 아마존과 애플은 AI 기술을 자사 생태계 전반에 통합하며 기술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기술이 시장과 기업 전반에 미친 긍정적 효과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업체 피망츠(PYMNTS)에 따르면, 맞춤형 AI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의 46%가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 실질적인 성과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 "생성형 AI로 부의 집중 심화"
하지만 이러한 AI 혁명이 모든 기업과 산업에 동일한 혜택을 가져다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파미 올슨과 캐롤린 실버맨은 최근 기고문에서 "생성형 AI는 경제적 변화를 불러오기보다는 부의 집중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도, 빅테크가 유사한 기술을 더 강력한 자본력으로 내놓아 경쟁력을 잠식당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빅테크 규제 강화를 위해 전방위적인 반독점 조사를 추진 중입니다. 특히 리나 칸 FTC(미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은 내년 1월 정권 교체를 앞두고 빅테크 견제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MS는 클라우드 및 소프트웨어 묶음 판매와 경쟁사 진입 차단 관행으로 FTC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7월 글로벌 IT 인프라가 마비된 사건도 주요 조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또 FTC는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 매각 요구와 메타의 인스타그램 및 왓츠앱 강제 매각 소송 등 빅테크 전반에 대한 강경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년 전 MS가 반독점 소송으로 기업 분할 위기에 몰렸던 사례가 떠오르지만, 이번에도 유사한 극단적 조치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다시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친기업·규제 완화 정책을 예고하고 있으며, 이는 빅테크가 규제 부담에서 벗어나 AI 기술 주도의 성장을 가속화할 발판을 제공할 것이란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