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애플에 이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칩과 운영체제(OS) 자립에 성공했다. 스마트폰 제조 기술 자립화(이하 기술 자립화)는 외부 업체에 지불해온 OS 로열티 비용을 줄이고, 자체 칩으로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어 제품 가격 경쟁력을 높일 대안으로 꼽힌다. AP칩과 OS를 외부 업체에 의존해온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가 지난달 26일 출시한 신제품 메이트70 시리즈에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6나노 공정의 AP칩(기린 9100)이 탑재됐다. 지난해 메이트60 시리즈에 적용된 7나노 공정의 자체 개발 AP칩(기린 9000s)보다 발전된 형태다. 특히 이번 신제품 메이트70에는 구글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코드를 사용하지 않은 독립 OS인 ‘하모니 넥스트’가 탑재됐다. 화웨이는 메이트70의 출고가를 전작인 메이트60(6999위안⋅약 134만원) 대비 21.4% 저렴한 5499위안(약 96만원)으로 책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기능 혁신이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중요한 구매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술 자립화는 제조사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방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설계한 AP칩과 OS(iOS)를 탑재해온 애플도 3년 연속 제품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애플은 2022년 출시한 아이폰14부터 올해 출시한 신제품 아이폰16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도 애플의 가격 동결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갤럭시S24 기본 모델의 가격은 동결했지만, 갤럭시S24 울트라 모델은 전작 대비 8.3% 가격을 올렸다. AP칩 등 부품 가격 상승을 제품에 반영해야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퀄컴의 AP칩 단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AP칩이 있지만, 수율 문제로 퀄컴과의 가격 협상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IT매체 GSM아레나 등 외신에 따르면 엑시노스 AP(2500)칩의 낮은 수율 문제로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S25에는 퀄컴 AP칩만 탑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AP칩 단가는 오르는데 이를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여파로, 삼성전자의 모바일경험(MX)사업부 수익도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MX사업부(네트워크사업 포함) 매출은 30조5200억원으로 전년(30조원) 대비 1.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4.5% 줄었다.
애플은 스마트폰 사업의 영업이익을 공개하진 않지만,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 자료를 보면 작년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영업이익의 85%를 애플이, 12%를 삼성전자가 각각 가져갔다. 영업이익 점유율을 통해 추산한 작년 2분기 애플 스마트폰 사업의 영업이익은 110억5000만달러(약 15조4898억원)로 삼성전자의 약 7배에 달했다.
자체 OS 탑재는 외부업체에 지급되는 OS 로열티 비용을 줄여줄 뿐 아니라, 자체 OS 생태계 내에서 새로운 캐시카우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글과 애플은 자체 OS 내 앱에서 결제되는 금액의 약 3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 자체 OS인 타이젠을 개발했지만 이를 포기하고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 중이다.
삼성전자 출신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는 ”이미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앱 생태계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에게 자체 OS를 탑재한 제품을 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엑시노스 AP칩 수율을 높이고 퀄컴 의존도를 낮출 방법을 찾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술 자립화에 난항을 겪고 있는 삼성의 수익성 고민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