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중심으로 방송 소비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방송사업자(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에 대한 구독(이용)을 중단하는 ‘코드 커팅’ 현상이 확산, 국내 방송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OTT에는 적용되지 않는 각종 규제들이 방송사업자에게만 적용되고 있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9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방송광고 매출은 2조4983억원으로 전년 대비 5847억원(19%) 감소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국내 방송광고 매출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국내 주요 방송 콘텐츠 제작원인 지상파 방송의 경우 2015년 방송광고 매출이 1조9112억원이었지만, 2023년 9273억원으로 10년 만에 약 1조원이 줄었다. 올해 지상파 방송광고 매출은 8000억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방송광고 매출 감소는 기존 TV 방송에서 OTT로 방송 소비 형태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KT그룹의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기업 나스미디어가 발간한 ‘2024 인터넷 이용자 조사 보고서(NPR)’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의 TV 시청 시간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인 반면, 10대부터 50대까지를 아우르는 70% 이상의 이용자가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부터 넷플릭스가 유료 광고를 받기 시작하면서 방송광고 매출 감소에 속도가 붙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내 방송사업자들은 OTT와의 규제 격차로 사업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출연자가 말한 욕설이 여과없이 나가고, 특정 회사 제품명이 가려지지 않은 채 화면에 나온 점 등은 국내 방송에선 볼 수 없는 모습”이라며 “OTT가 규제 사각지대에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방송사업자는 방송법에 따라 각종 방송 심의 규제를 받지만, OTT 사업자는 통신사업자로 분류돼 이러한 심의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방송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광고 규제도 OTT 사업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OTT는 연령별 시청자 등급도 자체 기준에 따라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지만, 방송사업자는 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아야 한다. OTT는 광고 내용이나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지만, 방송사업자는 광고 내용과 분량, 광고 횟수 등에 대한 규제를 받는다. 방송사업자들은 프로그램 시간의 20% 이내로만 광고를 편성할 수 있다는 법적 제한 때문에 시청률이 높은 방송 프로그램에 광고를 많이 편성할 수 없다.
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은 “국내 방송광고 매출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광고와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방송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데 있다”며 “방송사업자들이 OTT와의 각종 규제 격차로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방송광고 규제는 유형, 수량, 내용, 거래 등 사실상 모든 규제 유형이 적용되고 있지만 OTT는 이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광고주들이 OTT를 더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방통위)는 올해 초 OTT와 방송간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 원칙을 담은 통합미디어법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방통위원장의 부재로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2019년에도 방송과 OTT 서비스를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통합미디어법이 추진됐지만, 당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