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 성남시 판교 경기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2025 ISSCC' 기자간담회에서 연구진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ISSCC 제공

“중국은 대학에서 설계한 반도체를 직접 제조할 수 있도록 비용을 정부에서 전액 지원할 만큼 인재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미국의 산업 규제에 중국 정부가 반도체 기술 내재화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논문의 수준도 무서울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학회 아시아 지역 의장을 맡고 있는 최재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24일 경기 성남시 판교 경기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2025 ISSCC’ 서울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반도체 전문가를 교수로 대거 영입한 베이징 대학이 15편으로 최다 논문 채택 대학으로 등극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총 92편의 논문을 채택되며 3년 연속 미국을 제치고 가장 많은 논문을 등재한 국가가 됐다.

‘반도체 설계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제72회 ISSCC는 내년 2월 16일부터 20일(현지시각)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ISSCC에서는 구글과 테슬라, 엔비디아, AMD 등에서 활약하는 3000여명의 학자들과 연구원들이 참여해 연구 성과와 정보를 교환하고 미래의 반도체 산업과 기술을 논의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최재혁 서울대 교수와 박준석 삼성전자 수석, 이종우 삼성전자 상무, 김동균 SK하이닉스 펠로우 등이 참석해 최신 반도체 기술 동향을 소개했다.

중국은 전 분과에서 고르게 논문이 채택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PM(전력관리) 분과에서만 15편을 채택시켰고, MEM(메모리) 분과에서도 6편을 등재했다. 특히, 전통적 회로설계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아날로그 분야에서 9편을 올리며 유럽 지역의 채택 수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민병욱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에서 제출된 논문들의 질적 수준도 가장 앞선다고 볼 수 있다”며 “과거 미국에서 중국으로 영입된 연구자들의 논문이 다수 채택됐다면, 이제는 중국 내부에서 성장한 연구자들의 논문 수준도 우수한 상황”이라고 했다.

채택 편수가 급격히 늘어난 중국과 달리, 일본은 8편으로 지난해와 비교할 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최 교수는 “중국의 성장세를 보면 정부에서 반도체 산업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일본도 라피더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지만 학생 숫자도 현저히 적고 인재 육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은 44편의 논문을 채택시켜 중국과 미국에 이어 논문 채택 수 3위를 차지했다. 국내 기관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11편을 채택시키며 세계 기업 순위 1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는 총 2편의 논문을 채택시켰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총 14편의 논문을 등재하며 대학 기관 중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ISSCC 내 분과 중 한국의 논문이 가장 많이 채택된 분야는 메모리 분과였다. 메모리 분과에는 총 84편의 논문이 제출됐고, 28편의 논문이 채택됐다. 한국에서는 9.5편의 논문이 등재되며 2년 연속 해당 분과에서 가장 많은 논문이 채택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편, 2편의 논문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24Gb(기가비트) GDDR7과 16Gb LPDDR5 관련 논문을 공개한다.

메모리 분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모두 고용량 낸드플래시 메모리 관련 논문을 발표한다. 삼성전자는 400단대, SK하이닉스는 321단, 키옥시아는 332단 낸드 설계 곤련 논문을 공개한다. 김동균 SK하이닉스 펠로우는 “적층 단수 증가를 위한 웨이퍼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접목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키옥시아가 경쟁하고 있는 고용량 제품 설계 기술력을 논문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