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37주기를 맞아 19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추도식이 진행됐다. 손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참석한 가운데 추도식은 간소하게 치러졌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이날 10시 50분쯤 도착했다. 검은 정장 차림의 이 회장에 이어 홍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도 잇따라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이들 오너 일가는 추모의 시간을 가진 뒤 11시30분쯤 선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추도식은 삼성 사장단은 참석하지 않은 채 간소하게 치러졌다. 사장단은 지난 2021년까지 추도식에 참석했지만 이후부터는 오너 일가만 참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이 창업회장의 36주기 추도식에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결심 공판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올해 삼성전자가 대내외적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올해 추도식에서 이 회장이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을 지 이목을 끌었지만 특별한 메시지는 없었다. 전날 삼성전자는 고 이병철 창업회장의 도쿄선언 이후 삼성 반도체 신화의 본산이 된 기흥 차세대 R&D단지 NRD-K에서 설비 반입식을 개최하며 “미래 100년의 발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2년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기흥 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2023년에도 건설 현장을 찾아 “대내외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시 한 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기흥 R&D단지 행사와 맞물려 올해 들어 유례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삼성이 이번 추도식에서 ‘기업을 통해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이병철 회장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을 되새기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했으나 예년처럼 올해도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다.
1910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이병철 창업회장은 1938년 대구에서 도소매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훗날 이는 삼성그룹의 모태가 됐다. 이병철 회장이 1953년 설탕 사업으로 시작한 제일제당은 CJ그룹의 전신이 됐으며 이후 1954년 제일모직, 1969년 삼성전자, 1974년 삼성중공업 등 핵심 산업 분야에 대기업을 일궈낸 한국 산업 역사의 거인으로 불린다.
한편 이날 범삼성 계열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과 함께 오전 9시쯤 선영을 찾았다. 약 30여분간 추모의 시간을 가진 뒤 9시40분쯤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