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이 본격화될 6세대 HBM(HBM4)부터는 고객사가 원하는 설계자산(IP), 메모리 컨트롤러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커스텀 메모리 플랫폼’을 만들어 제공할 계획입니다. 대만 TSMC와도 원팀을 이뤄 설계 단계부터 최고의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고객사와 협업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박문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 행사에서 ‘새 국면에 접어든 HBM 시장에 대한 SK하이닉스의 준비 현황 및 방향’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세션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박 부사장은 SK하이닉스 AI 인프라 부문 내 HBM 비즈니스 제품 조직을 이끌고 있다. HBM 비즈니스 제품 조직은 HBM 제조 과정에 필요한 인프라를 마련하고, 개발 및 테스트 과정에서 제기되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박 부사장은 HBM4부터 본격화될 ‘맞춤형 HBM’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메모리 플랫폼을 만들어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BM4부터 칩의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에 최초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이 적용되는데, SK하이닉스는 일부 제품의 베이스 다이에 고객사에서 요청한 형태로 회로를 설계하는 맞춤형 HBM을 제작해 제공할 계획이다.
박 부사장은 “회로 설계 과정에서 고객사에서 요청하는 설계자산(IP)을 탑재할 수도 있고, SK하이닉스의 노하우가 반영된 IP가 적용될 수도 있다”며 “단순히 IP뿐만 아니라 데이터 이동을 관리하는 메모리 컨트롤러도 고객사가 원하는 형태로 탑재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맞춤형 HBM으로 제공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에 ‘커스텀 메모리 플랫폼’을 만들어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TSMC와 원팀으로 협업해 HBM4 시장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HBM4부터 칩의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에 최초로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달리, 자체 파운드리 공정 역량을 보유하지 않은 만큼 파운드리 기업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박 부사장은 “HBM 베이스 다이에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하게 되면 전력 효율과 성능 등을 큰 폭으로 개선할 수 있다”며 “TSMC와 원팀을 이루고, 고객사와도 제품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협업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박 부사장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불량률을 최소화한 양산 노하우를 꼽았다. 그는 “HBM에 적층된 D램 칩 하나의 불량을 확인하지 못한 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된다면 7만달러(약 9650만원)에 이르는 고객사의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스템 전체를 폐기해야 할 수 있다”며 “그렇다고 테스트 강도를 과도하게 높이면 수율이 저하돼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부사장은 “그동안 성공적으로 제품을 양산해 고객사에 적기에 공급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율을 끌어올렸고,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문제들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며 “HBM은 일반 제품 대비 개발 난도뿐만 아니라 이를 테스트하는 과정도 까다로운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개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 SK하이닉스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