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지도·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 인공지능(AI)을 접목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도 앱이 AI와 만나 길 안내를 넘어 사용자와 대화를 통해 목적지를 추천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자사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활용한 신기능을 구글 맵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업데이트로 미국 내 구글 맵 사용자들은 AI를 통해 새로운 장소를 찾고, 특정 장소에 대한 정보를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사용자가 구글 맵에 “밤에 친구와 함께 할 만한 활동”에 대해 질문을 하면, AI가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나 ‘라이브 음악 공연’ 등의 목록을 제안하는 식이다. AI는 추천하는 장소에 대한 정보를 요약해 제공하고, 사용자는 야외 좌석이 있는지 등의 추가 정보를 AI와의 대화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사용자들이 구글 맵에 더 자주,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지난 2012년 출시된 지도 앱 후발 주자 ‘애플 맵’과 글로벌 지도 앱 시장을 두고 경쟁 중이다.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구글이 애플 지도와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제미나이를 지도에 도입했다”고 분석했다.
경제 전문지 포춘은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제미나이 기술이 사용자에게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방지하는 능력에 대한 구글의 자신감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5월 제미나이는 “피자에 접착제를 넣어봐”라는 엉뚱한 대답을 내놔 논란이 된 바 있다.
구글은 자사 내비게이션 앱 ‘웨이즈(Waze)’에도 제미나이를 도입한다. 현재 구글은 사용자가 음성으로 “앞에 차가 밀린다” 등과 같이 실시간 교통 상황을 구글 측에 음성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테스트 중이다. 구글은 AI로 장소 리뷰를 요약하는 기능 등을 구글 검색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AI 경쟁은 국내 지도·내비게이션 앱 사이에서도 활발하다. 앞서 지난 9월 티맵모빌리티는 AI 장소 에이전트 서비스 ‘어디갈까’를 출시했는데, 서비스 한달 만인 지난달 누적 이용자 500만명을 돌파했다. ‘어디갈까’는 이용자 2300만명, 연간 67억 건에 달하는 이동 데이터를 학습해 장소를 추천하고 코스까지 제안한다.
이외에도 네이버지도가 지난 2020년부터 현 위치와 시간, 연령·성별 등의 정보와 업체 인기도, 이용자 취향 등을 AI가 종합 분석해 주변에 가볼만 한 장소를 추천하는 ‘스마트어라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AI 기술을 활용해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이동 서비스를 결합한 최적의 이동 경로 추천 기능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