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칩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사상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인텔이 3분기(7~9월) 역대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시장 눈높이보다 다소 나은 전망을 제시하면서 인텔의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7% 가까이 급등했다. 바닥을 쳤던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소폭 개선됐으나, 여전히 시장은 인텔의 막대한 구조조정 비용을 상쇄할 만한 새로운 수요 창출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인텔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올 3분기 매출 132억8000만달러(약 18조3000억원), 순손실 166억달러(약 22조9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6% 감소했고, 순이익은 작년 동기 3억달러(약 4300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손실은 역대 분기 기준 최대 규모로 불어났고 매출도 3분기 기준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순손실 166억달러 가운데 28억달러(약 3조9000억원)는 직원 감축에 따른 구조조정 비용이며, 159억달러(약 22조원)는 10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제조 공정의 자산 감가상각 비용 등으로 집계됐다.

인텔은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내년까지 비용 100억달러(약 13조8000억원)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인텔은 지난 8월 직원 1만6500여명 감축과 지출 삭감, 투자자 배당금 지급 중단을 발표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회사는 1968년 설립 이래 가장 중요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것이 현재 최우선순위”라며 “회사 내 일부 사업부문이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해 외부 투자자를 찾거나 주식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텔 주요 자회사인 알테라의 지분 매각은 내년 초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겔싱어 CEO는 3분기에 출시한 인텔의 AI 가속기 가우디의 판매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 올해 매출 목표인 5억달러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 반도체 업계를 호령했던 인텔은 AI 가동에 필요한 고성능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데 한계를 보이면서 엔비디아, AMD 등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 AMD는 올해 AI 가속기 매출 전망을 50억달러(약 7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고, 엔비디아는 AI 칩 부문에서 올해 1000억달러(약 138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3분기 인텔의 사업부문별 실적을 보면, PC 칩을 판매하는 클라이언트 컴퓨팅그룹의 매출은 전년보다 7% 감소한 73억달러(약 10조원)를 기록했다.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이어져 시장 평균 예상치인 74억6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데이터센터 및 AI 부문 매출은 33억5000만달러(약 4조6000억원)로 전년보다 9% 증가했고, 시장 예상치(31억6000만달러)도 상회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8% 감소한 44억달러(약 6조원)를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58억달러(약 8조원)에 달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을 독립 자회사로 전환해 외부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인텔은 4분기 실적이 이미 낮은 시장 눈높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텔이 제시한 4분기 가이던스는 매출 133억~143억달러, 주당 순이익 12센트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예상 매출 136억6000만달러, 주당순이익 8센트를 상회하는 수치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구조조정 비용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비용 절감 목표를 위해 중요한 조치를 취했고 이를 기반으로 4분기 수익성 지표가 일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57% 폭락한 인텔 주가는 이날 장외 거래에서 6.92% 올랐다.